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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비건 방한 앞두고…북한 “북·미 정상회담 필요 없다” 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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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압박성 메시지…제재 완화 등 ‘전향적 입장’ 요구

트럼프 재선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켜보며 장기전 대비

“섣부르게 중재 나서는 사람 있다”며 문 대통령도 겨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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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북한이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실질적 진전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이벤트로 활용되는 정상회담에는 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 연합훈련 중지, 제재 완화 등에 대한 미국의 전향적 입장을 요구하는 대미 압박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사진)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최 제1부상은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예민한 때에 조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외교안보라인의 개편을 통해 과감한 대북정책 추진 의사를 보였지만, 정상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막판 판세를 뒤집기 위해 ‘10월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상황 관리용 정상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제1부상은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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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외교안보특위 회의 미래통합당 박진 외교안보특별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외교안보특위 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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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담화는 최 제1부상의 카운터파트인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사흘 앞두고 나온 것이다. 최 제1부상은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비건 부장관이 ‘대조선 적대시정책 철회’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가져와야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 등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결국 최 제1부상의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미 압박을 위한 군사적 행동을 예고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언급,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4일자 1·2·3면에 걸쳐 2017년 7월4일 발사에 성공한 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3주년을 대대적으로 조명했다. 다만 최 제1부상 담화가 노골적인 비난은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볼 때 대화 여지를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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