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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직장갑질금지법’ 1년…괴롭힘 신고 3%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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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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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45% “갑질 여전해”
직급 낮고 비정규직일수록
현장 속 변화 체감도 낮지만
상급자 76%는 “괴롭힘 줄어”

“너 아니어도 여기 들어오려는 애들 줄 서 있어. 예전에는 4년제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았어.” ㄱ씨는 요즘 상사의 폭언 때문에 퇴사를 생각한다.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중소기업에서 정규직 사무원으로 일한다. 상사는 하루 꼬박 해도 끝내기 힘든 일을 오후에 건넨다. 오늘 안에 끝내라고 다그치고는 추가 업무를 해도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상사의 독한 말을 듣는다.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나오는 사례다. 조사는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이뤄졌다. 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지만 현장의 변화 체감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이 낮을수록, 고용형태가 불리할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직장 내 갑질이 여전하다고 느꼈다.

조사 대상 45.4%(454명)가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44.5%였던 지난해 조사 결과보다 0.9% 늘었다. 갑질금지법 시행 후 갑질에 대한 시민들의 민감도가 높아져서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상사의 행동을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일 수 있다. 갑질금지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53.5%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답변(46.5%)보다 높게 나타났다.

법 실효성 높이기 위해선
“가해자·사용자 처벌 필요”

직장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감소했다고 느낀 반면, 약자들은 갑질이 줄었다고 보지 않았다. 연령별로 50~55세는 63.4%가, 40대는 57.0%가 ‘갑질이 줄었다’고 했지만 30대는 48.8%, 20대는 46.1%만 같은 답을 했다. 직급별로는 상위 관리자(75.9%), 중간관리자급(57.9%), 실무자급(52.9%), 일반사원(51.0%) 순으로 갑질이 줄었다고 했다. 1개월 미만 근무자(44.4%)는 2년 이상 근무자(57.1%)보다, 비정규직(49.5%)은 정규직(56.2%)보다 갑질 감소를 덜 느꼈다.

정규직의 72.8%가 갑질방지법의 시행을 인지한 반면 비정규직은 절반 이하인 48.5%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 정규직은 45.3%가 교육 경험이 있다고 한 반면 비정규직은 20.5%만 같은 답을 했다. 노동조합 조합원(54.2%)과 노조가 없어 가입하지 못한 사람(29.5%), 1개월 미만 근무한 자(8.3%)와 2년 이상 근무자(42.7%) 사이에도 격차가 뚜렷했다.

직장인 45.4%가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근로감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고용노동부에 들어간 갑질 신고는 4066건이지만 근로감독은 15건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갑질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직장인들 다수가 가해자 처벌 조항(85.1%), 사용자 처벌 조항(81.2%) 신설을 꼽았다. 갑질금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이나 제3자(특수인)에 대해서도 적용하자는 응답도 각각 82.1%, 84.4%로 높게 나타났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가 조사 대상 절반에 가까운데도 신고자가 3%밖에 되지 않는 건, 신고 시 당사자에게 닥칠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사업주의 조치 미흡에 대한 처벌조항이나 예방교육 의무화 등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사용자에게 신고하도록 한 조항을 바꿔 노동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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