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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라임 펀드 부실’ 운용사에 속은 피해자라 강변…판매사들, 전액 배상 ‘수용 거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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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판매사, 최근 “과하다” 목청

수수료 수익만 챙기기 급급하다

‘문제 발생에 책임 전가’ 비판 여론

[경향신문]

경향신문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의 ‘투자원금 전액 배상’을 결정한 이후 판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판매사는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우리들도 피해자인데 전액 배상은 과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일각에선 판매사들이 상품심의위원회에서 제대로 상품을 거르지 못한 채 수수료 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깜깜이 펀드’라는 이유로 판매 이후 펀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금감원에 따르면 분쟁조정 권고안 결정문은 분조위 결정(6월30일) 후 7~10일 안에 판매사로 송부된다. 판매사들은 권고안 결정문을 받은 시점부터 20일 내에 권고안 수용 여부를 분조위에 통보해야 한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별로 보면 투자원금 전액 배상 대상은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총 1611억원이다.

금융권에선 전액 배상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판매사들이 결국 분조위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판매사들이 선지급안을 내놓으면서 분조위 결정에 따라 추가 배상을 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액 배상은 과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판매사들 스스로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는 데다 내부적으론 ‘분조위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다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분쟁에서도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판매사들이 자체 상품심의위에서 상품 검증을 부실하게 하고 판매 이후 펀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을 상품심의위에서 논의할 때 반대한 직원을 내보내고 상품을 승인할 정도로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던 게 단적인 사례”라며 “상품 심의에서도, 판매 이후 과정에서도 ‘깜깜이 펀드’라는 이유로 손 놓고 있었던 것은 판매사 잘못”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수익을 챙길 때와 문제가 생긴 이후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고객에게 판매할 때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수수료 수익 챙기기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문제가 불거지자 운용사 책임으로 돌리고 ‘피해자’처럼 행세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분조위에 올랐던 4가지 사례 중 하나를 보면 50대 투자자가 라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는데도 은행 직원은 “운용사와 수탁사가 분리돼 펀드자산에는 영향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 중인데도 판매사가 안전한다고 한 것은 명백한 판매사의 ‘불량판매’”라며 “불량식품을 팔았으면 업자만 잘못한 게 아니라 판매한 사람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조위 권고는 판매사가 일단 전액을 배상한 뒤 운용사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뜻이다. 판매사들은 구상권 행사를 통해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판매사들이 배상액을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신뢰를 회복하는 투자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사모펀드의 개인에 대한 판매를 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일반 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최소 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였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한 개인들만 투자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판매사나 신탁사가 펀드자산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실사하는 안전장치가 없다면 개인 투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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