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전 MBC 사장, 김어준 제작 영화 '더플랜', '그날 바다' 음모론 지적
"강한 반박 나오면 답변 하지 않고 그냥 무시"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방송인 김어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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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승호 전 MBC 사장이 방송인 김어준에 대해 "음모론을 펼친다"며 공개 비판했다.
최 전 사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어준 총수는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취재를 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때로는 영화를 만들고 그러다가 마침내 강한 반박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그냥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중들은 그의 이런 행동방식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고 거듭 지적했다.
다만 최 전 사장은 "물론 그가 언론이 얼어붙었을 때 사이다 같은 역할은 한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김어준 총수의 영향력은 그동안 언론이 보여준 행태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제 김어준 총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이라며 "계속 이런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김어준 총수가 자신의 위상만큼의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호 전 MBC 사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최 전 사장은 뉴스타파가 최근 검증에 나선 다큐멘터리 영화 '유령선'을 언급하며 "세월호 AIS데이터가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라는 것을 발견했으면 그 데이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이나 기관에 왜 그런지 알아봐야한다"고 했다. 유령선은 세월호의 선박의 항로를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조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유령선의 제작진이 그런 취재를 했다면 아마 오래지 않아 'AIS데이터를 수신한 수신기가 중국 선전에 있는 회사 것이라서 그 회사 위치 데이터가 수신기의 초기값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지 중국 선전에서 어떤 세력이 고의로 세월호 AIS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아니다'는 업체 관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사장은 "그랬다면 굳이 김어준 총수와 김지영 감독이 중국 선전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많은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비극적 사건에 대한 섣부르고 위험한 주장을 세상에 내놓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너무나 엄중한 문제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해서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어지럽히고 조롱당하도록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전 사장은 뉴스타파가 앞서 검증한 18대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영화 '더플랜'(제작 김어준)과 누군가 고의로 앵커를 내려 세월호를 침몰시켰다고 주장한 '그날 바다'(제작 김어준, 감독 김지영)도 언급했다.
그는 "김어준 총수나 김지영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실에 대한 접근 방식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곧바로 누군가의 조작이나 음모로 연결시키는 태도. 취재자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거듭 비판했다.
사진=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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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17일 김어준은 '그날 바다' 상영보고회에 참석해 "그날, 바다는 1만 2천명의 시민들의 참여로 시작된 영화이다. 처음부터 세운 원칙이 있다. 데이터로 과학적으로 논증가능한 부분만 다룰 것, 그 데이터를 생존자의 체험과 검증할 것, 하나의 가설을 제시하고 영화를 끝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가설이 과연 우리가 침몰원인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하나의 시작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어준이 제작한 또 다른 영화 '더 플랜'은 박근혜 전 대선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은 2012년 대선에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영화다.
김씨는 영화에서 "기계가 사람이 판독해 낼 표를 너무 많이 미분류로 분류해낸다"고 주장했다. 영화는 후보별로 분류표와 미분류표 비율이 같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미분류표 가운데 박 후보 표가 문 후보 표보다 1.5배(K값) 많은 양상이 전국 선거구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누군가 개표 분류기를 조작하지 않고선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김어준의 주장이다.
그러나 김어준은 "영화 제작은 어떻게 했는지"를 묻는 'PD수첩' 취재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그때는 합리적 의혹 제기였다. 지금은 조건이 바뀐 게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의 음모론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5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김어준이 제기한 기자회견 배후설에 대해 "이건 내가 혼자 해야 할 내 일"이라며 "전부 내가 혼자 한 것이며 나는 치매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번, 천번 얘기해도 나 혼자서 한 일"이라며 "2차 기자회견문은 내가 꼬불꼬불한 글씨로 쓴 초안을 수양딸이 옮겨적어준 것이 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원한다면 그 초안도 공개할 수 있다"며 "이거는 내 일인데 내가 해야 하지 누구한테 물을 필요도 없고 거들어달라고 하는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어준은 같은 달 26일 'tbs 뉴스공장'에서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며 일종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정신대 단체에서 왜 위안부 문제를 논하냐는 지적에 대해 "30년간 위안부 문제만 집중한 단체에 왜 정신대 문제만 신경 쓰지 위안부를 끌어다가 이용했냐는 건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해당 주장에 대해 이 할머니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대협에서 정신대 할머니들로만 운동을 하는 게 부족하니 위안부 할머니를 거기에 넣어서 근 30년 간 우리를 끌고 다닌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다 맞는 줄 알고 가자는 대로 그저 따라다녔는데, 재주는 누가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받아먹은 것이 분하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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