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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베네수엘라에 이란군 운영 상점 등장…미 제재 맞서 협력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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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수도에 이란군 소유 슈퍼마켓

미국 제재 회피·돈세탁 악용 우려도

헤럴드경제

지난 5월 이란 유조선 포천호가 베네수엘라에 도착하자 타렉 엘아이사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환영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란은 최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자국 식료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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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가 소유한 대기업이 베네수엘라에 식료품 지원에 나섰다. 미국 제재에 맞선 두나라의 협력 관계가 밑바닥 경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1일 이란 선박 골산호가 식료품 화물을 싣고 베네수엘라에 도착했으며, 수도 카라카스에 슈퍼마켓을 열어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산 식료품이 공급될 상점은 베네수엘라가 빈민층에게 설탕이나 분유 같은 기초비상식량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클랍(CLAP)’을 운영하던 곳이다. 현재 상점에는 이란 식품 업체 광고판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식료품 화물선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했을 당시 카라카스 주재 이란 대사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과 베네수엘라간 우호적인 관계의 또 하나의 성공”이라고 자축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베네수엘라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에트카(Etka)란 이란 회사는 이란 퇴역 군인들을 위해 설립된 곳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소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또 에트카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공급을 위해 중간업체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에트카를 관리감독하는 이란 국방부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란이 클랍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WSJ은 베네수엘라 인구의 약 15%가 클랍에 식량을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상주택제공, 무상의료서비스와 함께 마두로 정권이 빈곤층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복지정책이다.

하지만 미국과 콜롬비아 등은 마두로 정권이 마약 밀매 대금, 불법 정치자금 등을 세탁하는데 클랍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이란이 식료품 공급에 이를 이용한 의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상업적 협력을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피하고 돈세탁까지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미국업체 카라카스캐피털마켓의 러스 댈런 전무이사는 WSJ에 “(이란 군부가) 좋은 의도로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5월 5척의 유조선에 150만배럴의 연료를 실어 베네수엘라에 보내는 등 미국의 ‘뒷마당’에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WSJ은 “미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모두에 제재를 가했지만 두 나라는 (제재에 맞선) 새로운 모험을 외교, 군사, 무역 관계의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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