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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여제’ 고이케 유리코, 日 최초 여성 총리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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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육박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 성공

코로나19 대응 긍정 평가·‘앵커 출신’ 대중적 이미지 강점

日 대표적 우익 인사…한일 관계 악화 불가피

헤럴드경제

도쿄도지사 재선 성공한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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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고이케는 야심가다. 그는 수상이 되고 싶어 한다.” (노나카 나오코 가쿠슈인대 교수)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가 압도적 지지의 재선 성공에 힘입어 단숨에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벌써부터 ‘일본 최초의 여성 방위상, 도쿄도지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가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란 또 다른 역사를 쓸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

고이케 지사는 5일 진행된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범여권 후보로 출마해 59%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동안 고이케 지사가 보여준 ‘소통의 리더십’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고이케 지사는 중앙정부가 위기 축소에 급급한 와중에도 기업활동·도민이동 제한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매일 밤 확진자 수와 방역 대책을 전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 ‘불통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아베 신조 총리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1978년 니혼테레비 보조앵커로 시작해 이후 유명 방송국 앵커로 활약한 그는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지난 1992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과거 앵커 경력을 통해 다진 대중적 이미지는 그가 남성 중심의 ‘유리천장’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교도통신은 “일부 전문가는 고이케가 대중적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중앙 정치에 복귀에 주목을 받으려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이케 지사의 ‘총리 도전’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고이케 지사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여제(女帝) 고이케 유리코’라는 제목의 평전을 내놓으며 ‘여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가 진정한 ‘여제’가 되기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있다. 무엇보다 금이 간 집권 자유민주당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는 지난 2016년 7월 진행된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자민당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다. 이후 2018년 총선을 앞두고는 희망의 당을 꾸려 중앙 무대 진출을 노렸지만 자민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아와사키 니혼대 교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자민당의 요구로 유리코 지사가 당에 복귀하는 것”이라면서 “그는 이미 자민당에 반기를 드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당 복귀는 총리직에 대한 희망을 살려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성공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만약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진다면 고이케 지사는 개최 도시 수장으로서 세계적으로도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일본 주류정치인 가운데 우익성향이 강한 인사로 꼽히는 고이케 지사가 차기 일본 총리가 된다면 한일 관계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2007년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당시에 이를 반대하는 운동을 했고, 2014년에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일본 정부 차원에서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에는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행사에 전임 지사들이 1970년대 이후 관례로 보냈던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선언, 현재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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