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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은행채 찍어내던 은행들…6월부터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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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행액 올 들어 첫 마이너스

투자처 못 찾은 요구불예금

5대 은행 566조3160억 집계

지난해보다 77조8000억 늘어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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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시중은행들이 장기 자금 조달용으로 발행하는 은행채의 순발행액이 지난달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첫 마이너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금융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들은 실탄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올 들어 은행채 발행액을 늘려 왔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서 대기 중인 자금이 올해 큰 폭으로 늘면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수요처 대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현상 또한 한 몫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채는 총 27조8041억원이 순발행됐다. 지난 1월과 2월 순발행액은 각각 5500억원, 4633억원에 불과했지만 3월 9조3800억원, 4월 10조3400억원, 5월 9조3708억원으로 급증했다. 3월부터 순발행액이 급증한 이유는 당시 한국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제한 조건환매부채권(RP) 매입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9000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올 상반기 만으로 따졌을 때 순상환(순발행액 -2조9016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조원이 넘는 대규모로 은행채를 찍어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있는 상황 속에서 은행채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채는 통상 시중은행들이 장기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발행된다. 여기서 순발행액은 신규 은행채 발행액에서 기존 은행채 상환액을 뺀 금액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기존 은행채를 상환하지 않고 신규 은행채 발행액을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월 발행액이 3,4,5월과 비교해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게 순발행액이 급감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1,2월 9조~10조원 규모였던 은행채 발행액은 3월 18조원으로 급증하더니 4월과 5월에는 2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6월에는 10조원 초반대로 줄면서 올 초 수준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만기로 인한 상환액은 꾸준히 9조~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금융 지원 기조에 부랴부랴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렸던 은행들이 이제는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서 대기 중인 요구불예금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 등 국내 5대 주요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77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하반기 증가액(27조9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은행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 언제든지 입출금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런 가운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을 비롯해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ㆍ2년 미만 정기 예적금ㆍ수익증권ㆍCD(양도성예금증서)ㆍRP(환매조건부채권)ㆍ2년 미만 금융채ㆍ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악화로 기업과 가계 등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대거 확보하면서 시중 통화량이 크게 늘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시중의 유동성과 대기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융 지원이 정작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필요처 대신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처 물색으로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 같은 요인을 감안해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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