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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BIS의 경고…韓기업, 위기 때 비용절감 대응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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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 작년 매출액의 40%달할 듯

하락폭 4번째로 커…에너지기업 비중 큰 러시아 최대 타격

韓기업, 매출 하락시 대응할 비용탄력성 낮아

매출 절반 줄어도, 비용은 10%만 축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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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 기업들의 위기대응 능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례없는 위기가 발생하면 빠른 속도로 비용을 절감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데, 임금 등 고정비용을 낮추기 어려운 구조라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6일 국제결제은행(BIS)의 연례경제보고서 '글로벌 서든스톱(Sudden Stop·갑작스러운 멈춤위기)'에 따르면, BIS가 정부 지원이나 대출완화정책 등이 전혀 없는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한국 기업들의 예상 영업이익률은 -40%(중위값 기준)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다. 지난해 매출 대비 올해 예상 영업손실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뜻이다.


영업이익률이란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율로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른 성과를 판단하는 잣대다. 통상 특정 기간 매출대비 영업이익으로 계산하는 반면, BIS는 지난해 매출 대비 올해 예상 영업손실을 따졌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영업이익률은 아니다. 정책지원을 배제하고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비관적인 시나리오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지난해 외감기업 영업이익률은 4.7%로, 직전해 대비 하락 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약 5% 정도면 양호한 수치다.


그러나 같은 기준으로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마이너스 폭이 크다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한국(-40%)은 BIS가 집계한 국가들 중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손실 비율이 4번째로 컸다. 1위는 러시아, 2위는 독일, 3위는 인도와 중국이었다. 한국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브라질·이탈리아·스페인 기업들의 영업손실 비율도 30%대로 한국보다는 낮았다. BIS는 19개 국가의 공공·비금융 대기업 3만3150개를 파악해 이같이 계산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급감하는 매출에 대응해 비용을 줄이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한국 기업들 중 절반은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5~5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익 탄력성이 20% 이하인 기업도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이 절반으로 급감해도 기업이 줄일 수 있는 비용은 10%에 그친다는 얘기다. 결국 수입은 줄어드는데, 경직적인 노동구조 때문에 임금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점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고용 탄력성이 큰 미국은 올해 영업손실이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추산돼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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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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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기업들은 비용절감 문제를 위험요소로 꼽아 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개 중 6개사가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유동성 확보와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32.5%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가 6개월간 지속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행히 기업들은 정부 지원 덕에 아직까진 버티고 있다. BIS가 연례보고서에서 최악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을 추산한 이유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BIS에 따르면 정책지원이 없을 경우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평균 3배 이상이 걸린다.


문제는 이런 전방위적인 기업지원이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대응도 길게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권이 기업을 지원할 때 지금처럼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할 수 있는지, 접근 방식을 바꿔 지원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시적 경영여건 악화가 생산기반을 영구적으로 훼손하지 않도록 기업부문을 지원하면서도, 장기존속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에 대해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기업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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