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조종사노조가 공개한 6분 35초 분량의 녹취파일에 따르면 3월 20일 통화에서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 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셧다운은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건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우려에 대한 답이었다.
최 대표는 녹취파일에서 "국내선 슬롯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것들이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각오하고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4일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운항 중단 기간을 연장해왔다. 셧다운 장기화로 매출은 4개월째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최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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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겠다는 언급도 나왔다. 최 대표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에서 다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라며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이어 "협력업체에도 미지급이 많다. 셧다운 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일단 제 명의로 법에 저촉이 안 되는 수준으로 협조해달라고 레터를 보냈다,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는 레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직원 급여의 60%를 체납한 데 이어 3월부터는 임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체불액은 250억원을 넘어섰고, 제주항공은 지난 5월 초 이를 문제 삼아 인수 작업을 중단했다.
체불 임금 문제를 두고 이스타항공은 "계약 당시 이스타항공엔 이미 800억원 가량의 미지급금이 있었고, 셧다운도 제주항공의 지시를 따른 것이므로 4월부터 발생한 임금 미지급금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제주항공은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셧다운을 지시한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녹취파일이 공개된 데 대해 최 대표는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모르겠으나 유감"이라며 "다만 통화 내용에 나오듯 딜이 완료되면 미지급 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약속했고, 이외에도 수차례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체불임금 문제를 놓고 이스타항공과 대주주에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비난이 있었지만 M&A 성사를 위해 제주항공과의 약속을 공개하지 못하고 비난을 감수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공개한 내부 문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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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과 더불어 조종사노조가 이날 공개한 3월 9일 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경영진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 전달한 내용이 담겨있다.
구조조정 인력 총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과 더불어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구체적인 감축 계획안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내부 문건을 공개하는 상황까지 치달은 만큼 사실상 양사 간 M&A가 성사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7일 이스타항공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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