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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시시비비] 미국이 긴축모드로 돌아서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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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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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례적으로 세계경제전망(WEO)과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 수정본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재평가하고 금융과잉을 경고하기 위해서다.


IMF는 6월 전망에서 하반기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올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9%(4월 전망치 -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상반기 소비, 고용, 생산 등 경제활동이 당초 예상보다 더 위축된 록다운(Lockdownㆍ봉쇄) 파급 효과를 수정전망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요컨대 백신개발없이 글로벌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다.


한편 GFSR는 금융이 실물경제와 단절이 일어났음을 경고하고 그 원인을 중심국 중앙은행의 과잉 유동성공급으로 돌렸다. 3월 하순 시작된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으로 회사채시장은 전례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현금에 목말랐던 기업들은 충분한 자금을 조달했다. 전세계적으로 7.8조달러에 이르는 빚이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편 은행이 저신용 기업에게 제공한 대출채권을 묶어 발행한 대출담보부증권(CLO)도 폭등했다. 언젠가 폭탄이 될 지도 모를 이 시장에 일부 국내 보험사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시장위험에 대한 평가와 실물경제의 전망 사이의 깊은 괴리에는 '언제든 중앙은행이 구제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자리잡고 있다. 2분기 S&P 500지수는 1998년 이후 최대상승폭을 기록했지만 분석가들은 금년 S&P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이익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위험자산인 주가만 하늘을 뚫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1% 이하로 떨어졌고 금값도 리먼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두 자산 가운데 하나는 거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만능은 아니다. 팬데믹이 동반하는 불확실성은 인수합병(M&A)을 크게 위축시켰다. 최근 팬데믹 재확산에 대한 우려로 정크본드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IMF가 경고했듯이 경기침체가 깊고 오래갈 때 중앙은행의 돈풀기는 자칫 큰 경제적 비용을 동반할 수 있다. '잊혀진 공황'(2014)의 저자 제임스 그란트는 중앙은행을 과잉처방으로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의사에 비유했다.


한편 돈풀기는 부의 분배를 악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막대한 규모의 변칙적인 자산매입을 원활한 자금시장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미국민의 하위 90%가 빚을 지고 상위 1%가 그 빚에 투자하는 악순환의 바퀴에 기름을 치는 것에 다름없다.


초저금리로 조성된 과잉유동성은 빚으로 투자하는 위험추구적 행태를 부추기고 침체된 경제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한다. 작년 파생상품에서 최근 사모펀드에 이르는 각종 사고를 관리부실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대목이다. 수많은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먹히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잉유동성 때문이다. 금년 1분기 GDP대비 가계대출비율은 급증했다.


막대한 규모의 가계와 기업부채는 우리경제의 취약한 연결고리이며 이미 오랜 전부터 통화정책운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금리를 내릴 때마다 부채는 더 늘어나 올리기는 더 어렵게 된 것이다.


지난 달 중순을 정점으로 연준 자산은 3주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래와 달리 금리인상 전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앞으로 연준이 본격적인 긴축모드로 전환할 때 과연 통화당국이 어떻게 제대로 대응할 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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