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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사법부도 공범이다" '아동성착취범' 손정우 미국 인도 불발 여성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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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앞 '손정우 석방' 사법부 규탄 집회

여성들 "손정우 한국에 남게 한 재판부 잊지 않아" 재판부 비판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봐야하나" 집회 직후 현장서 포스트잇 메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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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이 불허된 가운데, 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사법부도 공범이다"라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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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이 불허된 가운데, 여성들은 7일 성범죄자에게 면죄부를 부여, 석방했다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이날 오후 2시40분 익명의 여성 개인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과연 정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곳인가. 그간 재판부가 성범죄자들에게 어떤 판결을 선고했는지 우리는 명확히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서 '웰컴 투 비디오'의 검거된 국내 회원 235명의 사법처리 결과를 추적했을 때 그중 법원 선고까지 이어진 것은 불과 손정우를 포함한 43명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손정우는 고작 징역 1년6개월이라는 미약한 처벌에 그쳤다. 이를 보고도 재판부의 합당한 판단에 처벌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며 "대한민국 재판부가 정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곳이었다면 손정우는 왜 이리도 강력하게 한국에서 처벌받기를 바랬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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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에서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받은 손정우에 대한 규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여성들은 재판부도 공범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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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한민국에 정의란 없다. 한국 사회가 여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많은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며 그들을 보호해 준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이번 역시 그렇게 넘어가려고 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여성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더 이상 재판부의 기만과 오만한 판단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처벌받게 해달라'던 손정우를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그를 기어코 한국에 남게 한 재판부는 더욱 잊지 않을 것이다. 정부 또한 재판부의 이번 결정을 방관할 경우 발언에 대한 책임과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판단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재판부에 아울러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묻는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여성들은 "대한민국에 정의란 없다. 한국 사회가 여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많은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식의 처벌을 하며 그들을 보호해 준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현장에서는 포스트 잇 메모지를 통한 사법부 비판이 이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20대 여성 A 씨는 "'사법부는 사법부로서의 자격을 잃었고 여성과 아동은 나라를 잃었다' 라고 적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해시태그는 '#사법부도_공범이다' 라고 적었다"면서 "이렇게 적은 이유는 사법부가 국가에서 가장 신뢰를 받는 기관이어야 하는데 지금 이번에 판결과 이전의 판결들을 보면 여성과 아동을 국민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여성이나 소수자에 대한 판결이 정당하지 않았던 사례를 많았지만 바꿔야 하는데 언제까지고 그렇게 될 수 없으니까 이번이 하나의 사례가 돼서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피해자들은 신원 파악도 안 되는 상황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라며 이날 포스트잇 시위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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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에서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받은 손정우에 대한 규탄 시위가 열렸다. 집회 직후 여성들은 포스트잇을 통해 사법부를 비판했다.사진=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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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포스트잇에 'SHAME' 이라고 적은 여성 B(26) 씨는 "나라가 성차별과 아동 성착취물에 노출이 된 상황에서도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아픔과 고통에 사법부가 공감하고 있지 않고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shame'이라고 적었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의미로…"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포스트잇에 '지겹다'고 적은 여성 C(29) 씨는 "손정우가 1년 6개월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형량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형량과 판결이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 이런 식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지겹다고 적었다. 이번 (손정우 미국 송환 판결)은 좀 뭔가 다를까 했는데 그렇지 않고 과거와 똑같이 말도 안 되는 처벌을 내린 게 어이가 없다"라며 "제발 성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했으면 좋겠다. 이거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사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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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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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날(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불허했다. 이에 따라 손정우는 이날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손정우는 컴퓨터 주소(IP)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에서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W2V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게시하고 비트코인 4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손정우가 유통한 불법성착취물에는 생후 6개월 된 신생아를 상대로 한 영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4월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손씨의 강제 인도를 요구해 출소가 미뤄졌다. 이후 서울고법의 인도 불허 결정에 따라 곧바로 석방됐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관련 수사가 아직도 국내에서 진행 중인 만큼, 국내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 범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를 근절하려면 음란물 소비자나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 회원을 발본색원하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웰컴 투 비디오'에서 음란물을 다운로드한 이들 가운데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서 신원이 확인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손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한국이 (이용자들의) 신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손 씨와 변호인이 '국내에서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죗값을 달게 받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이 손 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니며 손 씨는 앞으로 이뤄질 수사와 재판에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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