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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경비원에 ‘갑질’하면 최대 1000만원… 靑도 “엄정대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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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부처,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책’ 발표

세계일보

입주민으로부터 폭언·폭행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원 고 최희석씨가 근무하던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 모습. 뉴시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씨 사건과 관련, 정부가 앞으로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폭언·폭행 등 갑질을 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대책’(개선책)을 내놨다. 청와대는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에 “경비원에 대한 갑질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개선책을 발표했다. 개선책에는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을 막기 위해 경비원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경비원이 장기 근로계약을 맺도록 해 고용안정을 유도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이들 관계부처는 지난 5월 최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고인이 주차 관리 업무를 하다가 주민에게 폭력·폭언을 당한 것과 관련, 경비원 업무에 경비 외 다양한 관리 업무가 포함되고 그 경계가 모호한 점이 주민과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보고 이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

개선책에는 경비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경비원의 근로계약을 좀 더 장기간으로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앞으로 경비원들과 단기 근로계약을 해온 아파트에 대해서는 노무관리 지도나 근로감독을 한다. 경비원이 고용 불안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또 경비원에 대한 갑질을 막고자 시·도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경비원에 대한 폭언 등의 금지를 명시하고 보호 조치 의무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이 관리규약을 어기면 각 시·도지사는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시정명령에 이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중으로 관련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갑질을 당할 경우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가 경비원의 보호 조치 요구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또 갑질 피해를 본 경비원의 업무 중단, 휴게시간 연장, 치료·상담 지원, 가해자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 지원 등을 규정한 ‘공동주택 경비원 보호 지침’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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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고 최희석씨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입주민 A씨가 지난 5월18일 서울 강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 밖에도 경비원의 갑질 피해 신고를 범정부 ‘갑질 피해 신고센터’로 일원화하고, 경찰은 경비원과 같이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 대한 폭력, 상해, 모욕 등의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아파트 내 상호존중 문화를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입주자 대표와 관리사무소장 등에 대한 의무 교육에 경비원 인권 존중과 갑질 대응 조치 등을 포함한다.

앞서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고인은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떴다. 고인이 남긴 음성 녹음 형태의 유서에는 “경비원이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내용의 호소가 담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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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주민의 갑질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최희석씨의 유족이 지난 5월14일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고 최씨 관련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범정부 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경비원에 대한 갑질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과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이 답변자로 나서 이 같이 답했다. 이들은 “신고가 접수되면 국토부, 경찰청, 고용부 등이 적극 조치할 것”이라며 “신고자 신원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경비원을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 안에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이라며 “경비원에 대한 폭언을 금지하는 등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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