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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현장에서) 집값 대신 공무원 잡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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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드디어 집 팔았다”

한밤중 문자 날린 금융위

정치적 쇼 말고 제대로된 정책 짜야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공지) 은성수 금융위원장 부동산 매매 관련 - 매수자가 나타나 7월8일 매매합의를 했고 가계약금을 수령했습니다.”

8일 밤 9시반 금융위원회는 갑작스레 이같은 공지 문자를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했다. 일반적으로 정부 정책 홍보나 해명을 할 때 문자를 보내는데, 위원장 개인의 재산 처리 상황을 중개하는 알림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계약이 완료되기도 전 가계약 중에 마치 대단한 홍보 사항이나 되는 것처럼 다급히 알려온 것에서, 은 위원장이 ‘다주택자’라는 꼬리표에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정부가 2급 이상 고위공직자들 중 다주택자를 전수조사하고, 집을 팔지 않으면 승진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나서자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과 함께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2급 공무원은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도 아닌데다, 개인적 사정에 대한 고려없이 무작정 몰아친다는 불만이다.

은 위원장만 하더라도 2주택을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는 당초 서울 서초구에 잠원동 현대아파트를 분양받아 소유하고 있었던 1주택자였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했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세종시 이전 초기에는 그곳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으면 ‘세종시에 안가겠다는 것이냐’는 식으로 해석돼서 울며겨자먹기로 분양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가족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공무원인 남편이나 아내의 직장이 세종시로 옮겨갈 경우 불가피하게 2주택이 된 경우가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쇼’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가리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령 금융당국은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지 않게끔 다른 곳으로 물꼬를 터주겠다”는 약속을 현 정부 집권 초기부터 여러차례 한 바 있지만 대체로 실패했다.

정부는 최근 주식 양도세를 올리겠다고 해,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한 이들의 원성을 샀다. 주식 투자자만 뒤통수 맞은 게 아니다. 부동산을 제외한 대부분 투자처가 정책 실패로 불안한 상황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자들은 일부 배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이 DLF를 판매한 은행을 제재했더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도리어 금감원을 법적 권한도 없이 사찰하고 나섰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이후 줄줄이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고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감시감독할 수 없는 상품을 은행에서 버젓이 팔도록 해 놓고 “부동산 말고 여기 투자하세요”라고 한 꼴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나 부동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상품도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 위원장이 주택 정책 관련 부서의 수장으로 할 일은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금융정책을 올바로 짜는 것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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