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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추미애 입장문’ 최강욱에 사전 유출 정황…“제2 국정농단”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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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SNS 글 복사해 옮겨 적은 것”

세계일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법무부 내부 논의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야권 등에서는 이를 ‘제2 국정농단’이라고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고, 최 대표는 “남의 글을 옮겼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만약 법무부 내부 논의가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줄곧 비난해온 국회의원에게 사전에 전달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무부가 공정성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유착’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법무부의 공무상 비밀이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에게 여과 없이 유출됐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대표는 전날인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며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메시지는 법무부가 윤 총장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알리기 위해 추 장관과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일종의 가안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최종적으로 언론에 배포한 메시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법무부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이스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며 “다만 위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위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법무부 사전 논의 내용을 입수했다는 것이다. 수사 공정성을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행정부인 법무부가 입법부 국회의원과 사전 교감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해 “귀가하는 과정에서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 적었을 뿐”이라며 “글을 올리고 20여분 후 글을 본 다른 지인이 법무부가 표명한 입장이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려와 곧바로 글을 내리고 정정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2의 국정농단 사건”이라며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한테 넘어간 것과 동일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문서가 그냥 밖으로 줄줄 새나간다. 과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인지라,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다. 국가기강이 개판 오분 전이다”며 “근데 그 '가안'이라는 거, 혹시 최강욱 장관님 본인이 작성하신 거 아녜요? 황희석 차관님하고 같이…”라고 썼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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