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행 사실 있었다고 시인한 김모 선수
“찾아온단 뜻 전했지만 거부…아직 때 아냐”
“김 선수는 장례식 때도 찾아와 무릎꿇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왼쪽)이 6일 오전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 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모 선수.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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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소속 고(故)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모 선수가 자신의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김 선수 가족은 최 선수 유족을 찾아가 사죄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최 선수 부친이 이를 거부했다.
김 선수는 최 선수 폭행 가해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고 있는 네 명 중 한 명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네 명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모 감독과 팀닥터(운동처방사) 안모씨, 주장 장모 선수, 김 선수 등이다.
김 선수는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나와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폭언,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사죄할 것도, 그런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은 없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답변했었다.
하지만 김 선수는 8일 돌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김 감독과 주장 장 선수의 폭행 사실도 폭로했다. 김 선수는 “고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 선수가 폭행 사실을 시인한 직후 김 선수의 부모가 제3자를 통해 최 선수 유족을 찾아가 사죄하고 싶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선수 부친 최영희씨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도가 나간 뒤 김 선수 아버지가 다른 사람을 통해 ‘만나서 사죄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나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거부했다”고 밝혔다.
고 최숙현 선수 동료(오른쪽)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을 마치고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과 함께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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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수는 최 선수의 죽음 직후 양심의 가책을 느낀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최씨는 “숙현이 장례식에서도 가해자로 꼽힌 다른 사람은 다 오지 않았는데 김 선수 혼자 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며 “그 자리에서 김 선수에게 ‘여기는 네가 올 자리가 아닌 것 같다.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고 나중에 다시 찾아온다면 용서를 할지 말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선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혐의를 줄곧 부인한 이유에 대해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선배의 잘못을 들추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후배 선수들이 국회까지 가서 증언하는 모습 보며 부끄러움을 느껴 용기 냈다. 최숙현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는 김 선수에게 심경이 바뀐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최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활동했던 선수들은 9일 대구지검에 김 감독 등 4명에게 폭행·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추가로 고소·고발을 접수하기로 했다. 고소한 선수들은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 피해자이면서 최 선수가 폭행당하는 것을 본 목격자이기도 하다.
이날 고소장을 제출한 전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람이 생을 마감했는데 사죄를 하지도 못할망정 ‘안타까운 마음뿐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한 말에 저 사람들은 사람의 길을 포기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하늘에서라도 최 선수가 편히 쉴 수 있길 바라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서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선수는 2017년과 2019년 경북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에서 활동하다 올해 초 부산시청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모친과 나눈 메신저 대화. 연합뉴스 |
하지만 김 선수를 제외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주시청팀 김 감독은 지난 6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자리에서 “폭행과 폭언 사실이 없느냐”는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물음에 “그런 적 없다”며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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