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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장관의 포괄적 검찰지휘권 공식화…검찰개혁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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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실상 '백기투항' 체면 구겨…대내외 지지층 집결 계기 될수도

연합뉴스

윤석열, 추미애 지휘 수용, 채널A사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말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사실상 전면 수용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채널A 현장 중계석 좌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로 윤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을 지휘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으로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 2020.7.9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극한 대립은 정치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지만, 장관의 포괄적인 검찰 지휘권을 공론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공식적으로 거의 행사되지 못한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고 어떤 우려가 있는지 갑론을박을 통해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졌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사실상 백기 투항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검찰 견제 차원에서 언제든, 또 공개적으로 발동될 수 있는 선례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장관 수사지휘 적법한가…일주일간 법적 근거·이론 총출동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장관 수사지휘권과 관련한 다양한 법리 해석과 견해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추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의 지휘가 위법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검찰총장이 수사 결과만 보고받도록 한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청법 12조가 명시한 '검찰총장의 검찰청 공무원 지휘·감독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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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0.7.7 superdoo82@yna.co.kr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찬반 의견이 이어졌다.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에 따라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이는 검사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법무부는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을 내세워 최측근이 수사 대상이면 검찰총장이라도 스스로 지휘를 회피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검찰청법이 명시한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한으로 해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 검찰, 장관의 포괄적 수사지휘 인정한 셈…총장 지휘 배제 용인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 입장은 이날 "검찰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 상태"라는 대검 측의 입장 발표로 다소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장관의 수사지휘는 처분만으로 효력을 발하는 '형성적 처분'이기 때문에 장관 지시대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자체 수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장관 수사지휘에 대한) 수용·불수용 차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날까지 이어진 장관 수사지휘의 위법성에 대한 논쟁과 무관하게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발동과 동시에 이미 효력을 발했다는 뜻이다. 결국 이는 추 장관 수사지휘의 법적 효력을 무력화할만한 위법성은 없었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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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검이 추 장관의 포괄적 수사지휘에 대한 위법성 문제 제기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앞으로 탈검찰화를 추진하는 법무부의 검찰 견제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도 있다.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 수사 과정에 윤 총장이 강행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러 검찰의 협상력을 낮추는 자충수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 체면 구긴 윤석열…정치적 입지 다지는 계기 평가도

대검의 이날 입장 발표가 사실상 비검사 출신인 추 장관에 대한 윤 총장의 백기투항으로 해석되면서 앞으로 검찰 수장으로서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의 위법성을 부각하기 위해 소집한 지난 3일 고검장·지검장 회의가 윤 총장의 입지를 좁히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본인의 입장 대신 회의 내용을 '검사장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내세워 추 장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결국에는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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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 윤석열 (CG)
[연합뉴스TV 제공]



오히려 이번 사태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언제든 또 발동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져 검찰 내부를 결속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당장 여권 인사 등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와 같은 권력형 게이트 의혹 사건에 수사력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야권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는 윤 총장의 외부 지지층이 최근 본격적으로 집결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추 장관과 갈등이 이어지던 지난달 30일 윤 총장은 리얼미터의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0%대를 기록하며 3위로 뛰어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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