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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그곳에선 마음껏 달리길…”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마라톤 참가자 3명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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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이천서 음주운전 사고로 마라톤 참가자 3명 숨져 - 9일 오전 3시 30분께 경기 이천시 신둔면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도로 가장자리를 달리던 마라톤 대회 참가자 3명이 음주운전 차량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2020.7.9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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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라톤연맹, 대회 중단

마라톤 대회 참가자 3명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과 마라톤 동호인들은 고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사고는 9일 오전 3시 30분쯤 경기 이천 신둔면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사단법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에 따르면 지난 5일 부산 태종대를 출발해 오는 10일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달리는 ‘2020 대한민국 종단 537km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백모(66)씨, 손모(62)씨, 전모(60)씨 등 3명은 도로 가장자리를 나란히 달리다가 A(30)씨가 몰던 쏘나타 차량이 덮치면서 목숨을 잃었다.

사고 장소는 이번 대회 시작점으로부터 400km 지점에 설치된 8번째 체크포인트(CP)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연맹 관계자는 “고인들이 체크포인트에서 안전장비와 몸 상태를 점검한 뒤 출발했는데 2~3분 만에 사고가 났다”며 “대회 진행요원들이 119에 신고하고 현장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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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참가자 3명 목숨 앗아간 음주차량 - 9일 오전 3시 30분께 경기 이천시 신둔면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도로 가장자리를 달리던 마라톤 대회 참가자 3명이 음주운전 차량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를 낸 차량. 2020.7.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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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면허 취소 수준 만취 상태

백씨 등은 안전을 위해 각자 등에 짧은 막대 모양의 시선 유도봉을 부착했지만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 A씨는 뒤에서 피해자들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연맹 관계자는 “사고 현장의 도로와 인도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주자들이 갓길을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차량이 순식간에 덮친 것”이라고 전했다.

음주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08%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연맹은 사고 직후 대회를 중지했다. 연맹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세 분의 명복을 빈다”며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진행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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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동호인들 인터넷 게시판에 추모글

연맹은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대회 조직위원회를 사고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연맹 게시판에는 고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댓글이 200개 가까이 달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해 고인들과 함께 구간을 달렸던 이들은 한마음으로 명복을 빌었다.

임모씨는 “그랜드슬램 완주를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셨는데 안타까운 비보에 가슴이 저려온다. 하늘나라에서는 고통 없이 영면하시길 빈다”고 했다.

전모씨도 “대회에 함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세 분의 명복을 빈다. 고통 없는 곳에서 마음껏 달리시길 바란다”며 안타까워했다.

안모씨는 “저녁을 함께 한 뒤 ‘먼저 가시면 쫓아 가겠다’고 하신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유명을 달리하신 세 분이 천국에서 함께 달리며 행복하게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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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서 음주운전 사고로 마라톤 참가자 3명 숨져 - 9일 오전 3시 30분께 경기 이천시 신둔면 편도 2차로 도로에서 도로 가장자리를 달리던 마라톤 대회 참가자 3명이 음주운전 차량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2020.7.9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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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개인택시를 운전해온 백씨는 평소 등산, 족구 등 운동을 즐기며 동료들과 우애가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는 2011년부터 10년간 연맹이 공인하는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12차례 참여한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전씨 역시 마라톤 동호회를 이끌던 마라톤 애호가로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공인울트라마라톤대회에 도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울트라마라톤은 마라톤 풀코스 42.195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는 스포츠 경기다. 국내에선 2000년 첫 대회가 열렸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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