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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50억대 교비횡령` 휘문고, 자사고 간판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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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이사장 등이 수년간 공금 50억여 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휘문고등학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 '재지정 평가'를 거치지 않고 '회계 비리' 문제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시교육청은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어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심의한 결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명예이사장 등의 배임과 횡령, 횡령방조 행위는 자사고의 자율권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성과 공정성에 반하는 행위"라며 "심각한 회계 부정이기 때문에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자사고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거나 5년마다 진행되는 교육청 운영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지 못해 자사고 취소 절차를 밟는 사례는 있었지만, 회계 비리로 지정이 취소되는 것은 휘문고가 처음이다.

앞서 시교육청은 2018년 민원감사를 통해 학교법인 명예이사장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사무국장 등과 공모해 A교회에서 학교 발전 명목의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공금 38억2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명예이사장 아들인 당시 이사장도 이러한 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예이사장이 사용 권한이 없는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억39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파악했다.

시교육청은 명예이사장 등 관계자 7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을 확정했다.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검찰 조사에서 이들이 자사고 지정 전인 2008년부터 횡령한 액수는 5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오는 23일 청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 여부를 판단하고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휘문고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휘문고가 자사고 지위를 잃더라도 당분간 '명문고' 입지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휘문고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재지정 취소가 마땅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절차에 따라 청문에서 학교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소명 자료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이 휘문고를 두고 일반고 전환 전에 먼저 '지정 취소'에 나선 것은 사학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교육당국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는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각 교육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재지정 평가 근거도 삭제됐다.

휘문고를 포함한 세화여고, 양정고, 현대고 등 서울 자사고 8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었으나 평가가 유예됐다. 마찬가지로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었던 대원외고와 대일외고 등 서울 소재 외고 6곳과 서울국제고도 평가를 받지 않는다. 다만 시교육청은 이들 학교에서 △회계 비리 △입시 비리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 문제가 불거질 경우 휘문고 사례와 같이 일반고 일괄 전환 전에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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