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4 (금)

[TF의 눈] '뜨거운 강남', 그리고 '진실의 광대' 드러낸 정치인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최근 6·17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여권 정치인들의 다주택 소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인 1주택'을 강제하는 당의 방침 아래 의원들의 입장은 다양하게 나뉜다. /더팩트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구 집 '월세' 살고, 서울 집 택하는 의원들을 보며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Hot 뜨거뜨거 Hot 뜨거뜨거 Hot~.' 부동산, 다주택자 정치인들의 주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이 노래 가사만큼이나 뜨겁습니다. 여름을 제대로 느끼고 있죠.

정치인들의 부동산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대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취임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청와대와 여권 정치인들이 눈총을 받고 있는 건데요.

폭발의 시발점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충북 청주와 서울 강남 반포에 각각 아파트를 보유했던 노 실장이 노른자 아파트는 두고 청주 아파트 매각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노 실장의 선택을 평가하자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인 노 실장의 위치를 국민의 눈으로 본다면 '강남불패를 몸소 실천했다'고 비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억울할 필요 없어 보입니다. 자리가 그런 자리니까요. 노 실장도 이를 받아들였으니, 8일 사과와 함께 반포 아파트 처분을 밝혔다고 이해합니다.

노 실장 한 명 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구와 서울에 있는 집 중 '서울 집'을 택하면서 도마에 오른 정치인은 또 있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21대 총선 재산신고 당시 지역구인 대전과 서울 서초구에 아파트가 1채씩 있었지만 "최근 대전의 아파트를 팔았다"고 밝혔습니다. 재산신고 당시 대전의 아파트는 1억 2700만 원, 서초구 아파트는 33억 5200만 원이었죠.

대전 서구갑을 지역구로 둔 박 의장이 대전 집을 '월세'로 두고 오랜 기간 거주했던 서울 집을 남겨두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이 나오자 '똘똘한 한 채를 남겨뒀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더팩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동산 정책 추진에 당력을 총동원하겠단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남윤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의원 대부분이 초·중·고 혹은 대학을 졸업한 곳을 지역구로 택합니다. 따라서 오래 살았던 서울 집보다는 지역구 활동을 위해 매입한 집을 매매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을 내놓습니다.

또, 우리 헌법은 개인의 재산을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건 본성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다고 봅니다. 일각에선 "의원들이 강남 집을 모두 팔고 떠나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당연합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이 '의원 다주택 소유'로 벌어진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집값 안정'이라는 대의 앞에 울며겨자먹기로 손해를 감수하고 주택 매각에 나선 의원들이 한편으론 측은하기도 합니다. 처분 전까지 주택 가격이 어떻게 시시각각으로 변동했는지 세세히 알려지는 데다 뒤따르는 여론의 포화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피스텔도 주택인가", "일시적 1가구 1주택이다",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등 여권에선 억울한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8일 "아파트 가격이 아주 급속·급격하게 오르는 지역이 있어서 국민들이 걱정이 많고 박탈감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며 "다시는 아파트 양도차익으로 터무니없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식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집값'이 국민의 가장 민감한 현안인 만큼 당력을 총동원하겠다는 일성으로 읽힙니다. '1인 1주택'이라는 방침도 권고가 아닌 필수 사항이 됐습니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일반 국민에 앞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도 복잡한 내용을 담은 정책을 갖고 국민 모두를 설득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치인들의 부동산 논란을 보며 '국회의원도 부동산 앞에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며 이미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박탈감'이라는 단어 앞에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타게 됐습니다. 각자의 이유와 억울함, 사연도 다양합니다.

국회의원 이전에 같은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당 방침은 방침. 더 큰 대의를 위해서라면 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게 여당 국회의원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집 없는 사람 아직 많습니다.

*진실의 광대란?=자신도 모르게 진심이 담긴 함박웃음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표현한 신조어.

moone@tf.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