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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손정우 인도 재판 사실상 ‘단심제’…재항고 못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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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심사 불복절차’ 요구 목소리

법무부 “법 개정 조속히 추진할 것”

송영길 의원도 관련법 개정안 발의


한겨레

텔레그램 엔(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엔드(eNd)팀 소속 시민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을 거부한 재판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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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범죄인 인도를 불허함에 따라 사실상 ‘단심제’로 운영되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범죄인 인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재판과 마찬가지로 불복 절차를 두어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씨 사건에서도 대법원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는 재항고는 가능했다. 관련 규정인 범죄인 인도법 3조는 ‘범죄인 인도심사와 청구 관련 사건은 서울고법과 서울고등검찰청의 전속관할로 한다’고 정했을 뿐 법원 결정에 불복할 수 없다는 조항은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명백한 입법 규정이 없는 상태라면 권리 보장 차원에서 검찰에서도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구인의 재항고가 받아들여진 적은 한 건도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범죄인 인도법은 불복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의 판단을 한번만 받을 수 있는 단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약 20년 전인 2001년 범죄인 송환이 결정된 강아무개씨가 이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뒤 헌법소원을 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범죄인 인도심사는 전형적인 사법절차 대상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며 “적어도 한번의 재판을 보장하고 있고, 적법절차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심사 또한 일반 형사소송 절차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 항소, 상고가 보장되듯 당사자들의 불복이 절차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성 재판관은 당시 유일한 소수의견으로 “범죄인 인도절차는 외국 국가의 형벌권을 확보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형사처벌 절차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며 “재판 절차로서의 형사소송 절차는 당연히 상급심에의 불복 절차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범죄인 인도허가 결정에 대하여도 당연히 상급심인 대법원에 대한 불복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범죄인 인도 시 3심제나 재심을 청구할 기회를 보장하는 국가도 있다.

특히 손씨 사건은 재판부 재량이 판단을 크게 좌우하는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에 따라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재량 영역에서 이뤄진 판단을 최종적인 결론으로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 강성민 변호사는 “사법절차에서 심급제도를 두는 것은 사법부 오판 가능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공권력이 행사되는 경우 최소 한번 이상의 불복이 가능한데 범죄인 인도심사에 그런 시정 절차를 두지 않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9일 법무부도 “미국 법무부에 법원 결정 내용을 지난 6일 최종 통보했다”며 “인도 대상자의 인권보호와 공정한 심판 등을 위해 서울고법 결정에 불복할 절차를 도입해 대법원이 최종판단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고법 결정에 재항고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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