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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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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시론] 서울시장의 극단선택 충격… 이런 불행 다신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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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0시 1분께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전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지 13시간여만이다.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 기동대에 발견된 고인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인구 1천만, 예산 40조원 규모의 시정을 책임지는 유력한 정치인의 급작스러운 사망은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불상사를 예감케 하는 전조는 박 시장의 딸이 경찰에 한 아버지 실종 신고였다. 딸은 오후 5시 17분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이상한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널리 퍼져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갖가지 가짜뉴스와 미확인 정보를 양산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의 대대적인 심야 수색 작전이 확인한 진실은 믿기지조차 않는 서울시장의 싸늘한 주검이었다.

    뜻밖의 변고에 앞서, 박 시장이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형사 고소당한 것이 알려져 충격은 더욱 컸다. 시장실에서 근무한 전직 비서는 지난 8일 경찰에서 고소인 조사까지 받았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한테 여러 차례 신체 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적시됐다고 한다. 인권변호사의 아이콘이었던 그에게 좀체 상상되기 쉽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세대 인권변호사의 선두주자로 인정받는 고인은 국내 첫 성희롱 사건인 '서울대 우조교 사건' 승소를 이끈 주역이기도 했으니 이런 역설이 따로 없다고 하겠다. 유신 시절 학생운동과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으로 이어진 삶의 궤적과 유산이 누구보다 뚜렷했던 것도 애석함을 더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고인이 출범을 이끈 참여연대는 소액주주 운동과 총선 낙선운동 시민연대 활동으로 시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 창설은 사회적 기업과 민관 협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소셜 디자이너로 불리길 원했던 그가 2011년 보궐선거를 거쳐 당선된 뒤 연임을 거듭하며 10년째 서울시정을 책임질 수 있었던 잠재력의 원천 역시 그런 족적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랬던 그였기에 많은 이들이 복잡한 감정과 판단이 뒤엉킨 탄식을 감추기 어려워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속칭 '미투 사건'만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세 번째다. 맞물려 단체장 자리는 졸지에 공석이 되어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새 리더십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당장 서울시는 코로나 위기 대처에서부터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대책에 이르기까지 시정 난제가 산더미인데 패닉이 아닐 수 없다. 시민 불안을 잠재울 안정적 대행 시스템을 갖추고 시정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끔 서울시는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 박 시장은 여권의 차기 대선 잠재 주자이기도 했다. 그리 크게 주목받는 정치인 사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생각 이상의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만큼 여야 정치권은 이번 일을 정쟁 소재로 삼는 행위는 자제하고 시민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 옳다. 그 점에서 여야 모두 그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까지 언행을 조심하자고 다짐하고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워낙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여파도 크고 충격도 깊다. 이런 불행은 다신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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