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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온통 검은 옷에 배낭…고개 숙인 채 걷던 박원순, CCTV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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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 인근서 북악산 진입 장면 10~15초 영상 담겨

10일 오전 0시1분쯤 북악산서 결국 숨진 채 발견

뉴스1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마지막 뒷모습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다. (독자 제공)2020.7.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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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폐쇄회로(CC)TV에 잡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10~15초 분량의 CCTV 영상을 보면, 박 시장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 근처 골목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박 시장은 9일 오전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10시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섰다.

영상 속 박 시장은 등산복 차림이다. 남색 등산용 모자와 검은색 계열의 등산용 점퍼와 바지, 등산화 등을 착용했다. 서울시 브랜드 '아이서울유'(I·SEOUL·U)가 적힌 등산 배낭을 멘 모습도 보인다. 모두 어두운색 옷차림이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골목을 걸어 나갔다. 마주 오던 시민을 힐끔 본 것을 제외하곤 영상 속 박 시장의 시선은 길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보폭도 컸다.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로 향하는 박 시장의 모습이 눈에 띈다.

박 시장은 공관에서 나온 뒤 연락이 두절됐다. 박 시장의 딸은 오후 5시17분쯤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며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신고접수 후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박 시장이 오전 10시53분쯤 와룡공원 인근에서 북악산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박 시장의 휴대전화는 오후 3시49분쯤 서울 성북구 핀란드 대사관저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후 꺼졌다.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북악산 일대에 경력 770여명을 투입해 전면수색에 나섰고, 수색 7시간 만인 10일 오전 0시1분쯤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과 삼청각 중간지점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박 시장이 공관에서 와룡공원까지 택시를 이용했고 공원에서부터 발견 지점까지는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 시신 발견 후 경찰은 브리핑에서 "타살 혐의점은 없지만 CCTV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감식은 3시간가량 진행됐고 박 시장의 시신은 오전 3시20분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3일이다.

박 시장은 실종 전날인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 피소사실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고소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됐으며 전직 비서는 고소인 조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고소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리될 전망이다.

박 시장은 공관 책상에 남겨 둔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마지막 인사를 했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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