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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고흥 7층짜리 병원 큰불… 환자 3명 사망-9명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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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1층서 누전 추정 화재… 건물 갇힌 60여명 옥상 등에 대피

사다리차 부족해 민간에 수소문

구조 완료 78분 걸려… 30명 사상

경찰, 방화문 작동 여부 등 조사

동아일보

난간서 구조 기다린 긴박한 순간 10일 화재가 난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에서 난간으로 대피한 환자를 향해 소방차 고가사다리가 올라가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30분경 발생한 화재로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흥=뉴시스


환자 수십 명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새벽에 불이 나 A 씨(82·여) 등 환자 3명이 숨지고 9명이 중상을 입는 등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남 고흥소방서와 고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3시 반경 고흥군 고흥읍에 있는 윤호21병원에서 누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건 당시 병원에는 환자 69명과 간호사 7명, 보호자 10명이 있었고 대부분 잠들어 있었다.

불은 병원 건물 1층에서 시작됐다. 병원 직원들은 이날 오전 3시 42분경 119에 신고해 “병원 1층에서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병원 관계자는 “천장에서 불꽃이 계속 톡톡 하며 10분 정도 떨어졌다. 곧 1층에서 연기와 화염이 치솟았고 화재감지기 비상벨이 울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병원은 지하 1층에 지상 7층 구조다. 화재 당시 1층을 가득 메운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는 통로를 타고 위층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3∼7층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 86명이 건물에 꼼짝없이 갇힐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일부 환자들은 병원 측의 대피방송을 듣고 1층과 건물 뒤쪽 비상구로 탈출했다. 하지만 1층 출입구가 곧 불길에 가로막히면서 나머지 60여 명은 건물에 갇혀 유리창에 얼굴을 내밀고 있거나 옥상으로 대피했다.

소방은 신고 7분 만인 오전 3시 49분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차 7대 등 구조 구급 차량 35대와 소방관 270명, 경찰관 88명 등 450명이 구조 작업에 동원됐다. 소방관들은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위층으로 대피시킨 뒤 사다리차를 투입해 구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흥소방서에는 47m(건물 15층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차가 1대밖에 없어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한 주민은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데다 화재로 인해 각종 전기시설이 펑펑 터져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삿짐센터 관계자 등 사다리차 주인들을 수소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에서 1km 거리에 살고 있는 신복수 씨(59)는 45m까지 올라가는 사다리차를 몰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소방관, 간호사, 환자, 주민이 펼쳤던 구조작전은 화재 발생 1시간 18분 만인 이날 오전 4시 48분 종료됐다.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사람은 여자 간호사였다.

경찰은 방화문 등 소방 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내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통로가 굴뚝 역할을 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이 병원의 경우 연면적이 비교적 넓지 않아 현행 소방시설 설치법상 스프링클러를 2022년 8월까지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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