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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그냥 녹용도 좋은데, 발효하니 세균·바이러스 막는 면역력 세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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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방어하는 세포의 활동 강화

동물실험으로 암 억제 효과 확인

유효 영양 성분, 체내 흡수율 증가"

발효 녹용의 효능 발효는 기다림이 주는 보물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내면 각종 미생물과 효소가 식재료 본연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화학적 재가공으로 풍미·영양이 좋아진다. 몸에 이로운 물질도 더 풍부 해지고 체내 소화·흡수력도 개선된다. 발효의 과학적 원리는 한의학에도 적용된다. 대표적인 보양 한약재인 녹용을 발효하면 건강학적 효과가 극대화한다. 강글리오사이드·판토크린·아미노산 등 녹용의 다양한 약리학적 성분이 많아지고 몸에 더 잘 흡수된다.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발효 녹용에 대해 살펴봤다.

중앙일보

녹용은 인삼·동충하초와 함께 3대 보약이다. 수사슴의 갓 자란 뿔을 잘라낸 녹용은 생장력이 탁월하다. 사슴의 뿔은 뼈의 일종이다. 매년 봄 한 번씩 새로 돋았다가 늦가을에 딱딱한 뿔이 돼 떨어진다. 성장 중인 사슴의 뿔은 신경이 살아 있고 혈액 생성이 활발하다. 한의학적으로 녹용은 강한 생명력을 응축하고 있어 혈과 양기를 보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몸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떨어진 기력을 올리고 체력을 보강한다. 특히 원기 회복과 면역 증진에 빠지면 안 되는 약재다. 『동의보감』에도 오랫동안 허해 생긴 병은 녹용으로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83세까지 장수를 누린 조선 21대 영조도 녹용이 포함된 보약을 늘 챙겨 먹었다.

동충하초 균주로 저온서 사흘 발효

최근엔 녹용의 효능을 배가시킨 발효 녹용에 주목한다. 발효 녹용은 온·습도가 일정한 환경에서 약용 버섯인 동충하초에서 분리한 균주를 이용해 만든다. 80도 이하의 저온에서 72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발효하는 과정에서 녹용 영양소가 극대화한다. 특히 녹용을 저온 환경에서 발효시켜 녹용 영양소가 휘발돼 사라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생물 작용과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치면서 농약 등 불순물 오염 가능성도 줄여준다.

발효 녹용의 효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녹용의 유효 영양 성분이 증가한다. 발효로 녹용의 약리 활성 성분을 가진 입자가 잘게 쪼개진 덕분이다. 세포 속에 남아 있던 유효 성분까지 추출할 수 있다. 발효로 녹용의 추출 효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녹용의 유효 성분 추출률이 40~50% 정도지만, 발효하면 그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진다. 녹용 영양소 소실도 최소화한다. 일반적으로 녹용은 한약재로 이용하기 위해 알코올에 담근 뒤 가늘게 잘라 끓는 물에 달여 먹는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녹용의 유효 성분 중 일부가 휘발돼 사라진다.

이를 확인한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발표된 발효 녹용의 생리활성 연구에 따르면 발효 녹용은 일반 녹용보다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이 발효 전 7.9㎍/ml에서 발효 후 14.9㎍/ml로 88.6%나 증가했다. 또 조골세포 등 성장 촉진에 관여하는 판토크린 함량도 발효 전 211.1㎍/ml에서 발효 후 276.8㎍/ml로 31% 많아졌다. 총 유효 성분도 발효 전 588.3㎍/ml에서 발효 후 1202.6㎍/ml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둘째로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아무리 놓은 것을 챙겨 먹어도 몸에서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발효 녹용은 이런 한계를 보완했다. 녹용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세포 간 결합이 끊어지면서 분자 구조가 단순해진다. 또 장내 유산균 증식을 돕는 효소도 많이 만들어진다. 녹용의 영양 성분을 그만큼 더 쉽게 몸에서 흡수·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희대 약대 연구팀이 녹용·발효 녹용이 장내 유산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녹용을 투여한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26%였으나 발효 녹용을 투여한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이보다 높은 37%에 달했다. 한약재 특유의 쓴맛도 부드러워져 먹기 편해진다.

특유의 쓴맛 줄어들어 먹기 편해져

마지막으로 면역 증강에 효과적이다. 발효 녹용은 인체 초기 면역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보체계의 활성을 유도한다. 녹용이 발효하면서 추가된 생리활성 효과다. 녹용 그 자체에는 보체계 활성을 유도하는 활성 유도인자가 거의 없다.

발효 녹용으로 보체계 활성을 촉진하면 인체 면역 중 외부 세균·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대식세포의 방어 활동이 강화된다. 면역 연쇄 반응으로 몸 밖에서 침입하는 세균·바이러스나 암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경희대 약대 연구팀은 대장암에 걸린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은 일반 녹용과 발효 녹용 추출물을 섞어 8주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나머지 한 그룹은 일반 사료만 줬다. 그 결과 발효 녹용을 먹은 그룹은 대장암 발생과 직장 등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위의 병소 생성 억제 효과가 가장 우수했다. 복수 암을 유발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발효 녹용의 강력한 면역 증강 효과가 확인됐다. 세균·바이러스·암 등에 감염된 비정상 세포를 스스로 인지해 파괴하는 NK세포의 활성도를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연구팀은 “발효 녹용이 인체 면역방어기전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잠재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 발효 녹용의 효능을 충분히 얻으려면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체니포르미스)을 이용해야 한다. 발효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해 녹용의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숙성시킨다. 같은 버섯 균사체라도 어떤 종균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발효의 결과가 다르다. 다른 종균은 균사체의 밀도가 낮아 발효가 덜 진행됐을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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