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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피해자 A씨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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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kakiru@pressian.com)]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가 처음으로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A씨가 직접 쓴 편지를 공개했다.

피해자 A씨는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하는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직접 편지를 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련했다. 너무 후회스럽다"며 "(성추행 당했을) 처음 그 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다"고 밝혔다.

A씨는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며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고 그간의 고통을 호소했다.

프레시안

▲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A씨가 직접 쓴 편지를 공개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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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이 고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배경을 두고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며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고 설명했다.

A씨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안전한 법정에서 그 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고소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박 시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고소 다음날인 9일 새벽까지 A씨를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A씨가 고소했다는 사실을 접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박 시장의 죽음은 자신에게도 고통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다"며 "그래서 (고인의 죽음이) 너무나 실망스럽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A씨는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른 것을 두고도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며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라며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아래 A씨의 편지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다. 맞습니다. 처음 그 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 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하는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허환주 기자(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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