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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체육대 갑질 교수 2명 기소…골프대회에 학생 알바시키고 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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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열린 골프장.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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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한 사립대학 체육학부 교수 2명이 학생들을 강제로 골프대회에 아르바이트(알바)를 시키고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교수 등 2명은 골프대회 운영 대행사로부터 1000만원 이상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와 학생 간 위계가 엄격한 체육계열의 분위기 탓이라는 분석이다.



교수, 골프대회에 학생 동원하고 1000만원 받아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검 원주지청(지청장 김유철)은 지난 6일 A 교수 등 2명을 배임수재‧강요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골프대회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의 대표 B씨도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배임수재죄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 적용되고, 배임증재는 부정 청탁의 대가로 돈을 준 사람에게 적용하는 혐의다.

A 교수 등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학 인근 골프장에서 열리는 골프대회에 제자들을 동원해 일하게끔 했다. B씨는 골프대회가 주로 지방에서 개최되고, 운영 요원을 단기 알바로 채우는 만큼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자 범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지역의 체육 전공 교수들과 사전에 이야기해 학생들을 알바로 보내주면 돈을 주겠다는 약속한 것이다.

이 대학 체육학과 학생들은 2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골프대회 알바에 동원됐다고 한다. 그 대가로 A 교수 등 2명이 업체로부터 받은 돈은 총 1040만원이다. A 교수가 근무하던 대학 인근에서 대회가 열리면 많게는 50~60명의 학생에게 알바를 시켰다. 대회가 주말을 포함해 며칠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은 알바를 위해 숙소에서 잠을 자야 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춘천지검 원주지청 청사. [다음 로드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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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교수가 빠지면 학점 안 준다고 해"



2017년 해당 학과를 다녔다는 한 학생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골프 쪽에 발이 넓은 A 교수가 학과 대표를 통해 알바를 모집했다”며 “과 대표는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학생을 모아 보고했다”고 말했다.

A 교수 등에게 강요죄가 적용된 건 일부 학생들이 “알바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자 참석하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다. 학생들은 수업 대신 골프대회에 알바로 동원돼 주차관리 등의 일을 해야 했고, 일을 하지 않으면 수업에 결석한 것으로 처리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교수의 골프대회 알바 지시가 학생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강제로 하는 강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학생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됐다고 판단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 "학교와 무관…징계 검토"



이에 대해 A교수 등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강요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주차관리 등의 골프대회 지원에 참여한 학생들은 일정 금액의 알바비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주변에선 "예체능계열은 다른 계열과 달리 교수와 학생 사이에 강압적 분위기가 있다"며 "학생들이 알바 제안 자체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A 교수가 속한 학교 측은 “대학 본부에서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학교 측과는 무관한 사안이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정식으로 기소 사실을 통보받은 뒤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징계 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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