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넣은 카레. 졸피뎀 10mg 정도로는 카레 색이 변하거나 맛이 변하지 않았다./사진=유동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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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있는 고유정(37)의 1심 판결문에는 '졸피뎀('졸피드'라는 제품명 17회 포함)'이라는 단어가 53회 등장한다. 수면제 성분이 든 '명세핀정(독세핀염산염)'도 27회 등장한다.
검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사건에선 '졸피뎀'을, 의붓아들 사건에선 '명세핀'을 준비해 범행에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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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피뎀'이 '시신' 발견 안 된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에서 중요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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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은 제주 펜션이 범행장소였던 전 남편 사건에 쓰인 것으로 보인 '졸피뎀' 7정(1주일 치)은 충북 청주 자택에서 18㎞ 떨어진 청원에서 범행 8일전에, 충북 청주 자택이 범행장소였던 의붓아들 사건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명세핀'은 제주에서 구입했다.
검찰은 충북 청주 자택과 제주 친정을 오가던 고유정이 '의도적'으로 '범행지'의 반대 지역에서 두 가지 수면제를 번갈아 구입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범행지(혹은 범행예정지)'에서 최대한 멀리 있는 곳에서 구입해 혹시 있을지 모를 범행 이후의 수사에 어려움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우리 국민들의 복용량이 급증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려와 지적이 나오기도 하는 '졸피뎀'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전 남편 사건에서 '계획 살인'을 입증하는 검찰의 핵심 증거로 쓰였다.
피해자인 전 남편의 시신은 경찰의 대규모 수색에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고유정의 그랜저 승용차에서 발견된 붉은색 담요에서 사람의 혈흔 반응이 나왔다. 양성반응이 나온 7개 부분(국과수에서 흔적 13개 중 사람 혈흔을 발견한 1, 2, 4, 5, 8, 10, 12번) 중 전 남편 유전자가 검출된 두 부분(4, 5번)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다.
피해자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에서 피해자 혈흔만 발견됐고 그 혈흔에 졸피뎀 성분이 같이 나왔기 때문에 검찰과 1심 법원은 이를 '계획 살인'의 결정적 증거로 봤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고유정(37)이 20일 선고 공판을 마치고 제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제주신보 제공) 2020.02.20.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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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은 왜 졸피뎀을 '카레 라이스'에 넣어 먹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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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예약한 키즈펜션 내에서 미리 준비한 졸피드(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 상품명) 정을 저녁식사 용으로 준비한 카레 등 음식물에 몰래 희석해 넣어 전 남편을 먹게 한 다음, 졸피뎀 약효가 퍼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자 식도(食刀)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는 게 검찰과 1심 법원의 판단이다.
고유정이 구입했던 졸피드 7정은 체포 된 후 제주에 가져갔던 캐리어가 압수되는 과정에서 그 안 파우치 약봉투에서 졸피드만 모두 없어진 점이 확인됐다.
1심 변호인이었던 남윤국 변호사는 고유정의 '계획 살인'을 부인하면서 "카레에 졸피뎀을 넣으면 맛이 변해서 금방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 변호사는 "직접 제가 카레에 넣어 먹어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며 "졸피뎀은 고유정의 범행과정에 쓰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전 남편 살해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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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에 '졸피뎀' 넣어 먹어보니 '쓴 맛' 눈치 챌 정도로 나진 않아
기자가 고유정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카레'에 졸피뎀을 넣어 먹어본 결과, 변호인 주장과는 달리 '카레 맛이 이상하다'거나 '카레에서 약의 쓴 맛이 난다'는 느낌을 얻을 수 없었다.
카레는 고유정이 펜션에서의 범행 3일 전인 지난해 5월22일 롯데마트 제주점에서 락스, 표백제, 고무장갑, 김장백, 식도 등과 함께 샀던 '청정원 카레'로 준비했다. 고유정이 처방받아 샀던 졸피뎀 성분 수면제 '졸피드'는 기자가 방문한 병원선 처방받을 수 없어 상품명만 다를 뿐 성분과 용량은 같은 '스틸녹스'로 대체했다.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시에 사용한 졸피뎀 용량은 검찰도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했다. '불상량(알수 없는 양)'으로 공소장에 기재했다. 1심 법원도 범행에 쓰인 졸피뎀 양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권장하는 성인 처방량은 현재 10mg이다. 기자는 10mg 한 알만 카레에 넣어 먹어보았고, 카레 맛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고유정은 10mg의 졸피드 여러 알을 한 번에 갈아 카레 라이스에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처방 의사, 약국 약사 그리고 졸피뎀을 평소 자주 이용하는 불면증 환자 등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강황이라는 향신료 성분이 들어 있어 향이 강한 카레에 몰래 넣을 경우 졸피뎀 수십mg 정도는 알아채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졸피뎀은 그 효과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빠르게 작용해 복용한 뒤 얼마 안돼 몽롱한 상태가 되고 곧 잠에 들도록 한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중추신경계 억제 효과로, 평균 33.5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들이 1일 권장량 10㎎을 복용한 임상시험에서 의식이 있을 때부터 완전히 수면에 들기 시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21분 정도일 정도로 수면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1심에서 남 변호사는 전 남편이 졸피뎀이 투약됐더라도 고유정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펜션 내에서는 칼은 든 고유정을 제압하지 못하고 도망가던 전 남편의 혈흔이 주방, 거실, 현관 등에서 발견됐다. 고유정이 졸피뎀 효과로 잠이 들었던 전 남편을 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잠에서 깨 부상을 입고 달아나다 살해된 전 남편이 혈흔을 여러 곳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과정에서 손에 칼로 상처를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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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 사망 당일 저녁 메뉴도 '카레'…고유정은 '인스턴트 카레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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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왕정옥)는 15일 오전 10시 수개월간 이어진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재판의 결론을 내린다.
지난 2월20일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후 항소심에선 의붓아들 살해혐의가 주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와 사체손괴은닉은 인정하면서도 의붓아들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졸피뎀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수면제인 '명세핀정'을 고유정이 현 남편 홍씨에게 사용했고 홍씨가 수면 효과로 자는 틈을 타 의붓아들을 질식사하도록 등 뒤에 올라가 눌러 살해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이 명세핀정을 가루로 갈아 탔다고 보는 음식은 유자나 매실청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차다.
그런데 의붓아들이 사망했던 지난해 5월2일 새벽이 오기 전 마지막 식사인 1일 저녁 청주 자택에서 고유정이 현 남편 홍씨와 의붓아들에게 해 준 메뉴는 공교롭게도 '카레'였다. 저녁 7시경부터 8시경까지 카레, 국, 밥 등을 조리해 오후 9시까지 홍씨, 의붓아들과 고유정이 함께 먹었다는 점은 고유정 본인도 인정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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