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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집값은 안 떨어지잖아요"…아파트 올인한 '영끌'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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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5일) 뉴스 시작하면서 부동산 소식 전해드린 대로, 쏟아지는 정부 대책에도 시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아파트를 사들인 세대인 30대를 분석해봤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대출을 받는다는 그들은 왜 아파트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인지, 또 자산 상황은 어떻고 위험하지는 않은 것인지 오늘부터 이틀 동안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영인 기자, 배정훈 기자, 손형안 기자가 준비한 내용, 차례로 보시겠습니다.

<권영인 기자>

여기 서울이라는 이름의 아파트가 있습니다.

전국이라는 이름의 아파트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5월까지 이 아파트의 새 주인이 누군지 세대별로 알아봤습니다.

전국에서는 40대가 가장 많았고, 이어서 30, 50대 순이었지만 서울은 달랐습니다.

지난해부터 30, 40대가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올해는 30대가 40대를 제치고 서울의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였습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의 새 주인 10명 중 3명이 30대.

경기도만 해도 40대 매수자가 가장 많지만, 유독 서울 아파트에 30대들이 몰린 것입니다.

[함승우/30대, 서울 아파트 구매자 : 경기하고 상관없이 (서울) 집값은 떨어진 건 거의 없고 계속 올랐고요, 서울은 일자리도 가깝고 교통편이 편하니까 무조건 서울에 구하려고 했죠.]

대출도 30대가 많았습니다.

지난 3년간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288조 원인데 30대가 103조, 36%를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았던 40대보다 20% 더 많았습니다.

빚이 늘어난 속도도 제일 빨라서 30대의 담보대출 규모는 이 추세라면 올해 말, 2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납니다.

<배정훈 기자>

2020년, 어느 세대보다 열심히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30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38살 김혜정 씨, 2년 전 결혼해 경기도 안양의 아파트를 샀습니다.

[대출은 집값의 60% 정도 받았고요. 원래는 제가 직장이 서울이라 서울 근처로 가고 싶었는데, 그 집값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쌌고….]

2억 가까이 빚을 내 낡고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올라 후회하지 않습니다.

34살 오혜림 씨는 올해 신혼집을 사면서 대출은 물론 적금에 퇴직금까지 모조리 털어 넣었습니다.

[오혜림/김포 거주 신혼부부 : 일단은 적금 다 털고요. 대출이 70% 나왔고, 저 같은 경우는 퇴직금까지 다, 모조리 다 털었어요.]

30대들은 정말 영혼까지 끌어서 부동산을 사고 있을까.

지난 2012년에 비해 7년 만에 30대의 부동산 자산은 60%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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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30대는 이 투자금을 어디서 구했을까?

2012년 30대 가구주가 지고 있던 빚이 4천400여만 원이었는데, 2019년 8천900여만 원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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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대출은 2.2배 늘었습니다.

30대 가구주의 자산 대비 부채 비중은 7년 동안 40대나 50대보다 훨씬 더 빨리 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1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30대의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아 그만큼 부채 부담이 더 커졌다는 뜻입니다.

[김성달/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 이런 불안감에 더 30대 (주택 구매가) 가능한 분들이 '영끌'까지 해서 내 집 마련을 무리하게 하려는 분들이 계시는 거지요. 집값 대비 부채를 너무 과하게 가져갈 경우 그건 나중에 나라 경제에도 안 좋고….]

<손형안 기자>

30대는 왜 서울 아파트에 몰린 것일까요?

[30대 서울 아파트 구매자 : 주변에 보면 수익이 많이 나고, 서울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그런 인식이 있잖아요? 어차피 손해는 안 볼 거 같고.]

30대는 대체로 2010년 이후 사회에 진출했습니다.

2010년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큰 폭의 하락 없이 우상향했습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지거나 대출 이자가 치솟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더 과감한 것입니다.

[심교언/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30대들이) 거의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는. 특정 지역에 대해선 동·호수가 아니고 대출이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들도 다 조사를 합니다.]

서울 아파트를 가진 40~50대, 혹은 먼저 아파트를 산 동료들이 돈 버는 것을 지켜본 학습효과도 큽니다.

[30대 서울 아파트 구매자 : 불과 저보다 2-3년 전에 먼저 결단을 내린 사람들과 이미 저랑 1억 이상의 갭이 벌어져 있고.]

여기에 최근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지금 못 사면 영원히 사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줬습니다.

[임재만/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우리 부모 세대들이 그렇게 집을 사서 자산을 축적해왔던 경험이 그 자식, 자손들에게도 연결된다고도 생각을 하고….]

30대들은 본격적인 '아파트 키즈'로도 불립니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도심 콘크리트에서 자랐으니까. 나(30대)는 (아파트가) 부동산의 전부인 줄 알고. 그러다 보니까, 아파트 편식 현상들이 과거 세대보다 조금 강합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앞선 세대보다 직업 안정성이 더 떨어진 30대들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아파트라는 안전자산 구매로 줄이려는 것이 이른바 '영끌'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원형희·황지영, CG : 최재영·이예정, VJ : 정한욱·정영삼)
권영인, 배정훈, 손형안 기자(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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