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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이홍석의 시선고정]인천, 수돗물로 또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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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1년여 만에 벌레 ‘유충’ 발견으로 또 충격

인천 서구에서만 두번째 수돗물 사태 발생

인천시,‘ 늑장 대처’ 도마위… 지난해 사태 상황 대처 다르지 않아

헤럴드경제

인천시 서구에서 발생한 수돗물속 벌레 유충 모습.


인천이 수돗물로 또 다시 난리다. 지난해 5월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이후 1년여 만에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견돼 인천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붉은 수돗물’에 이어 ‘유충’ 발견은 모두 인천시 서구 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서구 주민들은 물론 이제 인천시민들 마저 인천의 수돗물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 유충 사태로 물관리 행정에 문제점을 또 다시 드러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르면서 다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고개숙여 사죄했던 철석같은 약속이 1년여 만에 무너졌다.

인천시민들은 이제 인천시의 수돗물 정책을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 유충 수돗물 관련자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기될 정도로 분노에 차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시 유충 수돗물 문제 해결 및 관련 담당자 징계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과 ‘인천 서구 수돗물 사태 책임 규명 및 관련 업무 관계자 교체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글 내용은 “1년 전 붉은 수돗물 사태가 있고 난 이후 이번 유충 수돗물까지 (발생한 것은) 자연 재난이 아니다”라며 “장담컨대 인재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련 담당자들의 업무 태만과 관리 소홀에서 비롯한 이 문제를 또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넘어가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인천시의 늑장 대처도 도마웨에 올랐다. 인천 서구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첫 민원이 들어온 건 지난 9일이고 이후 14일 오전까지 2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인천시는 첫 신고 닷새 뒤인 지난 14일이 돼서야 인천시 홈페이지에 관련 상황을 밝혔다. 지금까지 주민 민원은 100여 건이 넘어섰다.

인천시는 뒤늦게 시장 주재 긴급회의를 여는 등 시급히 ‘늑장 대응’에 나섰다.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됐다. 앞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유충 발생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와 같은 상황이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유충 발견 후 사흘만인 지난 13일 오후 늦게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유충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시장이 참석하는 긴급상황 점검 회의도 민원 신고 접수 5일만인 지난 14일 처음 진행됐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로 혼줄이 난 박 시장 마저도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취임 2년만에 수돗물 관련 사태가 또 발생해 사태에 대한 대처 보다 차기 재선에만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늑장 대처로 인천을 곤혹속으로 몰은 경험이 있는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수돗물 사태 대처 능력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돗물 관련 담당자들을 징계 및 교체해 달라고 할 만큼 화가 잔뜩 나 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해 서구 26만1000여 가구, 63만5000여 명의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고 이로 인한 지역 경제도 추락했는데 이번에도 이같은 상황이 일어날 우려로 시민들은 불안에 하고 있다.

이미 유충이 발견된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 등 5개 동 소재 39개 유·초·중·고교 2300여 명의 학생들 급식이 중단돼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또 급식과 관련된 업체 및 종사자들은 물론 유충이 수돗물에 섞여 나오면서 서구 관내 음식점 등 물을 사용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타격도 발생하고 있다.

벌레 유충은 서구를 넘어 강화군, 계양구, 부평구 등에서도 피해 신고가 접수돼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인천시당은 16일 ‘인천시 수돗물 관리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성명서를 내고 “인천시는 가장 기본적인 관리조차 하지 못해 제2차 수돗물 ‘재앙’을 불러와 인천시민들이 느꼈을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관리 체계 부실 및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낸 인천시는 또 다시 수돗물 대란을 겪고 있는 인천시민들께 사죄하고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에 전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 중이다. 또 피해지역 주민에게는 미추홀참물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협조받은 생수를 지원하고 대량의 급수공급이 필요한 경우 급수차를 통해 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루빨리 시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질정상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현재까지 조사결과,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른 시일내에 수질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천시민들은 ‘언제, 안심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을지’, 또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속에서 유충 수돗물로 인해 고통이 두배나 되고 있다.

이번 만큼, 인천시는 책임지고 철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추가 피해 방지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에게 그나마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물꼬가 열리기 때문이다. 또 다시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길 바랄뿐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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