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평소엔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박 전 시장의 이 말 때문에 주말 새벽에도 출근해 박 전 시장과 함께 뛰어야 했다. 그렇게 박 전 시장이 운동을 마치고 시장실에 들어와 샤워하면 A씨는 옷장에 있는 속옷을 샤워실 근처에 가져다줬다. 샤워를 마친 박 전 시장이 그대로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을 집어 봉투에 담아 박 전 시장의 집으로 보내는 것도 A씨의 역할이었다.
A씨는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박 전 시장의 혈압을 재야 했다. 그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지만, 박 전 시장은 “자기(피해자)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다”라면서도 A씨에게 계속 혈압 재는 일을 시켰다.
또 A씨는 다음 일정을 함께 가는 수행비서가 낮잠을 자는 박 전 시장을 깨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는 이유로 박 전 시장을 깨워야 했다. A씨는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에게 “여기 비서는 얼굴로 뽑나봐”라며 성희롱적 발언을 듣고, 박 전 시장의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요구받았다고도 했다.
16일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알지 못했다는 서울시 해명을 반박하면서 이러한 추가 폭로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고 “시장실과 비서실은 일상적인 성차별, 성희롱 및 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었다면서 서울시가 성폭력 발생을 방조하고 묵인해왔다고 지적했다.
황인식 서울시대변인이 15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 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
그러면서 피해자가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로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지난해 7월에서야 근무지가 옮겨졌고, 지난 2월 다시 비서 업무 요청이 왔을 때 피해자가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을 이유로 고사한다고도 말했지만 문제 상황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 측은 “박 전 시장은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원칙을 천명하고도 원칙에 따라 피해자가 한 전보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박 전 시장이)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만류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자에게 압박성 연락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주로 ‘힘들었겠지만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 ‘너를 지지하지만 정치적 진영론에 휩쓸리지 말아라’, ‘문제는 밝혀져야겠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너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그런데 OOO은 좀 이상하지 않냐’는 등 위로를 가장한 2차 가해적 내용이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고소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 16일 서울시청 로비에 층별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이제원 기자 |
A씨 측은 “서울시가 15일 내놓은 대책을 통해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청 6층을 압수수색하는 등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등에는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 등으로 호칭하며 유보적, 조건적 상태로 규정하고 가두는 이중적인 태도를 멈추라”면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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