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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누더기 규제에… 살 길 막힌 실수요자, 팔 길 막힌 다주택자 ['백약무효' 부동산대책 긴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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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신뢰·퇴로 없는 대책에 성난 민심

LTV 강화·잔금 대출까지 ‘꽁꽁’… 실수요자 울화통에 슬그머니 완화

취득세·종부세·양도세 모두 인상… 아파트 잠김에 다세대 풍선효과

“3년 전엔 혜택 주며 장려하더니”… 등록임대사업 혜택 폐지도 뒷말

세계일보

6·17 규제 반대 시위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등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6·17 규제 반대, 임대차 3법 도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6·17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안정되기는커녕 여전히 널뛰기를 하고 있다. ‘풍선효과’를 타고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까지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그 사이 부랴부랴 추가한 7·10 대책까지 모두 20차례 넘게 쏟아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현금부자·다주택자가 아닌 애꿎은 서민·실수요자만 잡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악화된 민심이 정부·여당을 향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정권 전체가 수습책에 몰두하고 있지만 중구난방 대응으로 혼란만 키우는 형국이다. 현 정부 부동산대책의 문제점과 시장에 미친 영향, 개선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정책이 코너에 몰렸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일관성 없이 내놓은 ‘두더기 잡기’식 대책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내놓는 추가 처방은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를 한 뒤 더욱 더 강력한 규제를 찾는 악순환만 낳는 실정이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관성, 신뢰, 퇴로가 없는 ‘3무(無)’ 대책으로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일 국회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권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임대차 3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 투기 세력을 강하게 처벌하기 위한 의도와 달리, 곳곳에 부작용이 확인되고 있다.

◆여당 의원도 믿지 못하는 부동산대책 효과

6·17 대책에 따른 대출 강화 규제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가 대출 한도는 높이고 이자는 낮추는 보완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규제지역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에 걸려 아파트 분양 잔금대출 등이 가로막혔다는 비판에 일정 소득기준 이하 서민·실수요자에 LTV를 10%포인트 확대하고, 전세나 월세 자금 대출에 대한 지원도 늘리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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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갑작스런 등록임대 혜택 폐지는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2월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며 임대등록 활성화를 시도했다. 이듬해부터 세제 혜택 일부를 축소하다가 사실상 7·10 대책을 통해 제도 자체가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정책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기존의 4년 단기, 8년 장기 임대로 운영하던 제도를 아파트를 제외한 일부 빌라 등에 한해 10년 이상 장기임대만 등록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포함하느냐를 두고 정부 부처들과 서울시 간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논란 끝에 일단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는 쪽으로 정리는 됐지만, 용적률을 비롯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대책이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면서 여권 내에서조차 우려가 크다. 그린벨트 해제 방침의 경우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16일 방송 출연 도중 마이크가 꺼진 줄 모르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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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원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정도 정책을 써서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음에도 정부 정책의 신뢰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처신도 신뢰 하락을 부추겼다. 고위공직자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에야 서울 서초구 반포 아파트 대신 자신의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 흥덕구 아파트를 매도하려다 뭇매를 맞았다. 그는 반포 아파트를 2006년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매물 잠김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 강화 방침의 경우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의 거래세까지 함께 인상하면서 집주인이 매매를 머뭇거리게 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가 맞는 방향”이라며 “부동산 가격의 동정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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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다세대·연립주택. 연합뉴스


◆아파트 대신 다세대·연립 등 대체 투자로 풍선효과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대책이 아파트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다세대·연립·오피스텔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6월) 경기 지역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량은 이날 기준으로 6186건으로, 2008년 5월 매매량(6940건) 이후 12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시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는 이날 기준 5748건으로 집계돼 2018년 3월 매매량(5950건)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다치를 경신했다.

오피스텔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까지 서울과 경기의 오피스텔 매매량은 각각 5312건, 3907건으로 지난해보다 56.3%, 49.2% 급증했다. 또 서울의 올해 6월 오피스텔 매매량은 이날까지 1241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6월에 계약된 거래는 신고 기한(30일)이 아직 열흘 이상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매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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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신도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가 늘어나는 것은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는 환경 속에서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대책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비(非)아파트 시장을 투자처로 찾는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16대책으로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으나 그 대상은 아파트로 한정됐다. 이어 올해 6·17대책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대출이 제한되거나 회수되지만, 연립·다세대는 이를 적용받지 않아 여전히 전세 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가능하다.

이런 영향으로 수도권의 연립·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의 매매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연립·다세대 매매가격 변동률은 0.14%로, 지난 3월과 더불어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는 7·10대책을 통해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으나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은 등록임대사업의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이들 상품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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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또한 7·10 대책에 따라 앞으로 2주택자는 주택을 구매할 때 8%,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의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오피스텔의 취득세는 4.6%로 기존과 동일하다. 그간 비주거 상품인 오피스텔이 취득세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7·10 대책으로 이런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중과 대상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동자금이 풍부한 환경 속에서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주거 상품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시세도 오르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서민 주택인 연립·다세대와 1∼2인 젊은 가구가 많이 사는 오피스텔에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정부가 풍선효과 방지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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