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발생 신고가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일 각 지방자치단체의 발표를 종합하면 전국적으로 이틀 새 40여 건의 수돗물 유충 발생 신고가 추가 접수됐다.
각 지자체가 원인 파악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특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시민들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국 484개 정수장에 대한 긴급점검을 실시하라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서울에서는 욕실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조사에 나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주민은 샤워를 마친 뒤 "욕실 바닥에서 유충을 발견했다"며 중부수도사업소와 관리사무실에 신고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현장에 나가 유충을 수거한 뒤 서울물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현재까지 서울 시내에서 접수된 수돗물 유충 관련 공식 민원은 중구 신고 건인 1건뿐이다.
이날 오후 서울물연구원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외부 요인을 통한 (벌레)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충을 발견해 신고한 민원인의 샤워기, 세면대, 주방 싱크대, 저수조, 관리사무실, 경비실 등 총 9개 지점에서 수돗물 시료를 채수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상수를 중구 한 오피스텔까지 공급하는 급수 계통인 뚝도아리수정수센터, 배수지, 지하 저수조를 확인한 결과에서도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본부에 따르면 유충 발견 신고지인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은 샤워실 배수로에서 벌레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5년 이상 된 건물인 해당 오피스텔에서는 한 달 전에도 유사한 벌레가 발견된 사례가 있고, 배수구에 물이 고여 있던 곳에서 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리소장 설명이다.
부산에서도 유충 의심 신고가 10건 이상 들어와 상수도사업본부가 조사에 나섰다. 20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11건 들어왔다. 유충 발견 의심 신고는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충이 발견된 곳은 아파트와 주택 세면대, 싱크대, 욕실, 고무통 등이었으며 샤워기 필터 안에서 발견됐다는 신고도 있었다. 지역별로는 사상구, 부산진구, 영도구에서 각각 2건, 중구, 남구, 수영구, 동구, 금정구에서 각각 1건씩 들어왔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정수 생산이나 공급 과정에서 유충이 발생했을 개연성보다는 아파트 저수조나 가정 물탱크, 하수구, 배수구 등지에서 유충이 유입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8개 구에서 산발적으로 유충이 신고된 것으로 보아 부산 시내에 주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덕산정수장·화명정수장에서 발생했다기보다 아파트 저수조, 가정집 물탱크 등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1건 중 신고자가 "유충 추정 이물질을 찍어뒀다"고 한 경우가 7건이었는데, 실제 어떤 종류의 유충인지 확인된 사례는 4건(모기 유충 2건, 파리 유충 1건, 깔따구 1건)이었다. 나머지 2건은 유충이 무엇인지 확인이 불가능했고 다른 1건은 조사 중이다.
이날 경기도에서도 화성시, 시흥시 등 도내 곳곳에서 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박동민 기자 /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