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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공들인 평양종합병원 늦어지자…김정은 “책임자 싹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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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들에게 부담 지워 흙탕칠”

건설현장 직접 찾아가 호되게 질책

제재·코로나로 자재 조달 힘들자

주민 쥐어짜다 역풍, 무마 나선 듯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하고 문제점에 대해 호되게 질책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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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질책한 뒤 책임자들을 전원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통신은 현장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지시하는 김 위원장 사진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이후 79일(보도일 기준) 만이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건설연합상무(건설 TF)가 아직까지 건설 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 인민들을 위하여 종합병원 건설을 발기하고 건설작전을 구상한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 보장 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건설연합상무가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써 인민들에게 부담을 들띄우고(지우고) 있고, 이대로 내버려 두면 우리 인민을 위한 영광스럽고 보람찬 건설투쟁을 발기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이미지)에 흙탕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질책했다.

북한은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이후 단위별로 공사 지원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이게 주민들에게 부담을 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사업을 전면적으로 파악해 책임자를 전부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평양종합병원은 북한이 올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상징물로 건설하는 시설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병원 착공식에도 참석하는 등 병원 공사를 각별히 챙겼다.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공사 현장을 수시로 찾아 독려했고, 인민군의 최정예 부대들이 공사에 투입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질책이 등장한 것을 놓고 북한 경제의 현실이 노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 제재로 달러 확보와 물자 수입이 더욱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공사비 마련과 자재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런 난관을 ‘인민의 자발적 지원’으로 메우려다 주민들이 반발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최고급 병원을 건설하기 위해선 많은 예산과 외부 의료장비 반입이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의 눈높이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속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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