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팩트체크] '4급수 서식' 깔따구 유충 나온 수돗물도 4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수 거친 수돗물이 '4급수'일 수는 없어

"인천서 나온 깔따구, 모든 수질서 서식…4급수에서만 사는 건 아냐"

유해성 확인된 바 없다지만…환경부 "음용 자제하고 샤워는 주의해서"

연합뉴스

'수돗물 실시간 점검 중'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 부평정수장과 부평권역 배수지 3곳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가운데 20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지역 상수도관과 연결된 한 소화전에서 인천상수도사업본부 북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이 스타킹을 이용해 수질을 점검하고 있다. 2020.7.20 tomatoy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인천 수돗물에서 통상 4급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면서 식수 수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4급수에 사는 유충이 발견된 수돗물도 오염된 4급수 수준 아니냐는 의문 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깔따구 4급수에서 산다는데, 수돗물 썩었나 봐", "인천수돗물은 최소 4급수 이하인 거냐? 깔따구가 사나", "수돗물이 4급수인 게 더 큰 문제같아요" ,"깔따구는 4급수에 산다는데…1급수여야 하는 수돗물이 4급수라는 거죠 지금?"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4급수는 수질오염 지표인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6.0 이상으로, 심한 악취가 나고 혼탁하며 부유물도 많은 물이다.

약품 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농·공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살 수 없고, 깔따구·파리·모기 등의 유충, 실지렁이 등이 살 수 있다.

그렇다면 4급수에 주로 사는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수돗물이 4급수 수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수질 등급은 水源에 매기는 것…기준통과한 수돗물이 4급수일 순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수돗물의 수원(水源)이 되는 물에 대해서는 1∼4급수 등의 등급을 부여하지만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식수의 기준을 통과했는지 여부만 있을 뿐 수질 급수는 없다. 다시 말해, 식수 기준을 통과한 수돗물이라면 '4급수'일 수가 없는 것이다.

김현한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 한강수도지원센터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질 급수는 강물, 호숫물 등에 대해서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고 수돗물은 그런 물을 취수해서 약품 처리, 여과, 소독 등을 해서 먹는 물 수질 기준에 맞춰 공급하는 것"이라며 "먹는 물을 만드는 공정에서 유충이 발생했다는 것이지, 유충이 있다고 해서 그 먹는물이 4급수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는 2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먹는물 수질기준은 미생물, 건강상 유해영향 유·무기물질, 소독제 및 소독부산물질 등 총 61개 항목을 정하고 있다"며 "이번에 인천시 서구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은 수질기준 항목에 포함돼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깔따구 유충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4급수는 아니다

그리고 깔따구 유충이 수질 오염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생물의 하나인 것은 맞지만 모든 종류의 깔따구 유충이 반드시 4급수에서만 서식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공학연구과 문정숙 연구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깔따구류의 색깔이 다양한데, 붉은 깔따구류는 수질이 안 좋은 곳에 사는 것이 맞는데, 이번에 인천에서 발견된 깔따구류의 경우는 수질의 성상(성질과 상태)과 관계없이 모든 수역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용태순 연세대 의과대학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깔따구의 종류가 많은데, 깔따구가 나왔다고 해서 수질을 단정하긴 어렵다"며 "안개무늬깔따구처럼 맑은 물에서 나오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당국 "깔따구 유충 유해성 입증 안됐지만 주의해야"

그렇다고 해도 깔따구 유충이 나온 수돗물을 먹어도 되느냐는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문정숙 연구사는 "깔따구 유충은 곤충 유기물로서, 단백질이라고 보면 된다"며 "특별한 위해나 독성은 없다"고 말했다.

용태순 교수는 깔따구 성충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정 면적에서 몇백만, 몇천만 마리씩 발생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유충이 조금 나온 것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유해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환경부는 "수돗물에 유입된 깔따구가 관로상에서 증식해 수돗물 공급 과정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깔따구 유충 발육 과정상, 수돗물 내 섭취 가능한 유기물이 적고, 긴 유충기간(평균 20~30일)을 고려할 경우 오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어 "국립생물자연관에 따르면 국내에 알려진 깔따구류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도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올 경우) 음용은 자제하고, 최대한 주의해서 세수나 샤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수돗물 유충 검출 잇달아…원인파악 장기화 (CG)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hch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