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는 소개글을 통해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범죄자들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며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들을 위로하려 한다"고 사이트 개설 취지를 밝혔다./사진=디지털교도소 웹사이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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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공개한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수사착수에도 일부 네티즌은 비판적 입장이다. 수사기관이 성착취 범죄를 비롯한 성범죄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사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논지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가 석방되면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면서 이같은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지난 22일 현재 성범죄자, 아동학대 가해자 등 범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사진과 실명, 나이, 연락처 등 신상을 공개해 놨다. 이날 기준 총 97명의 정보가 게시됐으며, 이 중에는 손정우,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에 대한 가해자, 전 남편·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받는 고유정(37) 등도 포함됐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디지털교도소를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디지털교도소가 나온 배경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성범죄에 대한 관대함이 일으킨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만한 판결이 나왔다면 이런 사이트는 애당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은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n번방', '박사방' 유료회원의 신상을 공개했던 '주홍글씨'를 둘러싼 양상과 유사하다. 다만 지난 5월 주홍글씨 운영자는 또 다른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혐의로 구속되며 관련 논의는 사그라든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박사방' 사건에서 촉발된 수사기관의 성범죄 대처에 대한 불신이 지난 6일 손정우의 송환 불허 방침으로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박사방 '공범'으로 인식되는 성착취물 대화방 유료회원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손정우의 석방이 겹치며 수사·사법기관에 대한 회의감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교수는 "디지털교도소가 보여주는 것은 공권력이나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와 불신이 그만큼 두텁다는 것"이라며 "개개인이 사적으로 정의를 구현하지 않고는 공적인 방식으로는 약자의 정의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정확한 정보 등, 부작용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 한 대학생이 신상정보가 잘못 올라왔다며 항의하자 사이트에서 삭제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윤김 교수는 "검증되지 않는 정보가 유출되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서도 "(n번방) 유료회원 등을 성범죄자 알리미에 등록해 알권리를 늘려주는 등의 장치가 없으면 디지털교도소와 같은 사이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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