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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입찰 직전 취소된 타워팰리스 경매…집값 뛰자 마음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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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취소 증가

집값 오를 때 나타나는 현상

채무자 경매 대신 매매 선호

중앙일보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관심이 컸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사진) 입찰이 무산됐다. 최근 법원 경매에서 입찰 직전에 아파트 경매가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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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부동산 경매에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 137㎡)가 나왔지만 입찰 직전 취소됐다. 채권자가 법원에 취하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 것이다. 규제가 덜한 경매로 눈을 돌렸던 투자자마저 당황하고 있을 정도다.



6월 서울 주택, 87건 경매 무산돼



서울 법원 경매 시장에서 아파트 입찰이 깨지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9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 진행이 무산(취하ㆍ취소ㆍ정지 등 포함)된 서울 주택은 87건으로 1년 전(64건)보다 23건 늘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4일 열린 입찰에서는 경매로 나온 아파트 3건이 모두 철회되기도 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월평균 50~60건 수준이던 취소 물량이 12ㆍ16 대책 이후 76건으로 증가했다”며 “경매 취소 물건이 느는 건 서울 주택 매매시장이 상승장에 진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오를 때는 경매로 헐값에 넘기기보다 매매 시장에서 파는 게 몸값을 높일 수 있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의 집을 경매로 넘겼던 채권자가 ‘경매 취하’로 돌아서는 이유다. 빚에 대한 채권자와 채무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경매는 취소할 수 있다. 특히 각종 규제로 매물 품귀현상까지 빚는 서울 아파트가 가장 빠르게 경매 목록에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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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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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팰리스 감정가 22억원, 시세의 80%



타워팰리스 사례도 경매를 포기하는 게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경매 당시 타워팰리스 감정가는 22억3000만원이다. 이달 초 실거래가(국토교통부 자료) 27억원보다 20% 낮다. 법원 경매의 감정가는 보통 경매가 개시되기 6~7개월 전 평가된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했기 때문에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오 연구원은 “채권자도 경매보다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는 게 회수 금액이 크기 때문에 채무자와 합의해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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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법정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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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아파트값 더 오르니 경매는 막아달라"



빚보다 아파트 몸값이 더 클 때는 채무자가 더 적극적으로 ‘아파트 되찾기’에 나선다. 이달 14일 경매 예정이던 서울시 중구 회현동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187㎡)도 하루 전날 입찰이 연기됐다. 경매 문건에 기재된 채권자의 빚 청구액은 아파트 감정가(16억300만원)의 32%인 5억1656만원이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손해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최근 가격이 많이 올라 시세가 약 17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법원 경매 관계자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5억원 빚 때문에 17억짜리 아파트를 급매로 처분하는 심정일 것”이라며 “이럴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를 설득해 입찰 기일을 미룬다”고 말했다. 이후 빚을 다 갚거나, 확실한 변제 계획으로 채권자를 설득해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최근 경매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취소 물건이 더 늘 수 있다”고 봤다. 아파트 경매 물건은 주는데 수요는 늘고 있어 서울 아파트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매가각율)은 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105.8%(지지옥션)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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