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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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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가치, 2년 만에 최저…‘기축통화’ 지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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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보고서

[경향신문]

경향신문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경제 부진
이달에만 가치 3.7% 하락한 93.7

안전자산 금은 또 ‘최고치’ 경신
12개월 내 온스당 2300달러 전망
“흔들리는 달러 위상 보여주는 것”

일각 “가치 하락에도 지위 공고
금융시장 불안정 땐 강세로 전환”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막대한 규모의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 매입이 달러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공포를 유발하고 있다”며 “국제 외환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진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세가 저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달러화 가치는 2018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28일 기준 93.70으로 이달에만 3.7%가량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대신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금 가격이 향후 12개월 안에 온스당 2000달러에서 2300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금 가격은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0.7%(13.60달러) 상승한 온스당 1944.60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 폭이 커질 때 금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반복됐다”며 “달러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질수록 금에 대한 수요는 커진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지난 12개월 동안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가량 불어난 상황이다.

이에 비해 경기회복은 더디다. 조금씩 줄어들던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지난주 4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데다, 미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놓고 민주당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 경기회복세가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회복기금 마련에 정상들이 합의함에 따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며 유로당 1.2달러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 연준이 자국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실제 미 연준은 지난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목표치인 2%를 상회하더라도 제로(0)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달러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 지위는 공고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경쟁적으로 자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이 이들 국가에 비해 재정적자 폭이 크다고도 볼 수 없어 달러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선임연구위원도 “대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다시 달러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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