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82%가 빗물 흡수 못해
지하차도 배수펌프 보급 1% 수준
서울 전역에 호우 특보가 내려진 지난 1일 강남역 인근 맨홀 뚜껑에서 하수가 역류해 인도가 흙탕물로 뒤덮였다./연합 |
아시아투데이 이주형 기자·김예슬 수습기자 =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비 피해가 막심해지고 있다. 최근 3명의 사망자를 낸 ‘부산 지하차도 참사’에 이어 대전에서도 지난달 30일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역 일대는 3년 만에 다시 물바다가 됐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침수사고가 ‘급속한 도시화’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전역에 호우 특보가 내려진 지난 1일 강남역 일대는 물바다가 됐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 지역보다 지대가 낮아 과거에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 하수가 역류하거나 상가가 침수되기 쉬웠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매년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과거 강남역 지하상가 위를 통과하는 하수관로를 설치한 게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당시 서울시는 강남역의 상습침수 원인을 배수관 ‘역(逆)경사’로 보고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2018년 배수관을 수리했다. 이 공사로 역경사 배수관은 일(一)자 배수관이 됐고 공사가 실시됐던 2018년과 지난해는 물난리를 피했다. 하지만 배수관 공사에도 불구하고 올해 또다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가 재현됐다.
6년 전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부산시 역시 매년 침수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부산시는 ‘제2의 우장춘로 지하차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산 전역의 지하차도 전기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배수펌프 용량을 늘렸지만 집중호우엔 속수무책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잦은 침수사고의 원인을 급속한 도시화에서 찾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도시화와 농지 개발은 폭우와 침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잘라 말했다. 조 교수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불투수율(물이 스며들지 않는 정도)이 높아진다”며 “지표면이 다 막혀있으면 흙으로 흡수돼야 할 물이 밖으로 흘러넘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50년 동안 빠른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못하는 ‘불투수’ 도시가 된 지 오래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의 도심지 불투수 면적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82%다. 전국 평균 7.9%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하고 있다./연합 |
교통난을 해결하려고 설치한 도심의 지하차도 역시 도시화의 산물이다. 지하차도는 폭우가 올 때면 빗물을 가두는 저수지로 돌변한다.
조 교수는 “도로에서 지하차도로 물이 들어가면 빼내야 하는데 그런 시설이 있는 곳은 1%도 채 안 된다”며 “이번 부산과 대전의 지하차도 참사는 설계상의 문제이자 관리상의 재난이 드러난 관재(官災)”라고 주장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차도는 지면이 낮아 양쪽에서 물이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배수펌프나 배수관 용량 등을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 교수는 “침수방지를 위해 지하차도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신 장마철이 되기 전에 지하차도의 배수구, 배수펌프 같은 설비를 미리 확인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대 용량으로 설계해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빗물 터널을 활용한 해법도 제시됐다. 빗물 터널은 서울시가 상습 침수지역에 빗물이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대규모 지하 통로다.
조 교수는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녹지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지하 배수로를 더 확보하고, 빗물은 가능한 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녹지가 흡수한 물도 결국 지하 수로에 모이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서울시의 빗물 터널은 최선의 선택이 아닌 최후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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