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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 내일이 없는 ‘핏빛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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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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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킬러 레이를 연기한 배우 이정재는 “관객들에게 ‘그럴싸하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 이미지적으로 세세한 면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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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배우 이정재(48)가 연기하는 레이는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다.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이 그의 정체를 모를 뿐더러 실제 시나리오에도 정보가 별로 없다. ‘형의 복수를 위해 집요하게 인남(황정민)의 뒤를 쫓는 인물’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정재는 나머지 빈칸을 채워야만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전사(前史)가 거의 없기에, 연기만으로 레이는 이런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겠구나 생각했다”며 “관객들에게 ‘그럴싸하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 이미지적으로 세세한 면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신세계’ 함께한 황정민과 대결
복수 위해 쫓고 쫓기는 관계로

오는 5일 개봉하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성격 모두 간결하다.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일하다 조국에 버림받은 인남은 청부살인업자로 살고 있다. 마지막 의뢰를 받아 야쿠자 두목을 죽이고 파나마로 떠나기 직전, 오래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방콕에서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여자친구가 홀로 키우던 딸마저 납치됐다는 이야기에 인남은 방콕으로 향한다. 인남의 뒤를 죽은 야쿠자의 동생 레이가 쫓는다. 2013년 영화 <신세계>에서 말 그대로 ‘피를 나눈 의리’를 보여줬던 황정민과 이정재는 7년 만에 ‘쫓고 쫓기는 관계’로 다시 만났다.

이정재의 목표는 우선 황정민에게 눌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정재는 “추격하는 레이와 이에 대응하는 인남의 스릴을 관객들이 느껴야 한다”며 “황정민이라는 거대한 배우를 어느 정도까지 압박을 할 수 있는지가 내 역할의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내내 레이는 인남과 팽팽하게 맞선다. 인남이 땀냄새나는 질주를 펼칠 때 레이는 웃음기 없는 액션을 선보인다. 이정재는 이를 위해서 레이를 아주 화려한 외양의 킬러로 만들어냈다.

개인 스타일리스트까지 참여시켜
냉혹한 킬러 ‘디테일’ 완벽한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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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컷. 이정재는 ‘인간 백정’으로 등장하는 레이를 화려한 외양의 킬러로 만들어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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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의 별명은 ‘인간백정’이다.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죽인다. 형의 복수를 위해 인남을 추격하기 시작하지만, 사실 그건 핑계일 뿐이다. 레이는 ‘사냥’과 ‘살인’을 즐기는 인물일 뿐이다. 영화 중반 레이는 “왜 그를 그렇게 죽이려고 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이유는 중요한 게 아니야. 이제 기억도 안 나네.”

이정재는 눈에 확 들어오는 의상과 문신, 섬세한 소품으로 레이라는 인물을 표현했다. 우선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레이는 형의 장례식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흰코트를 휘날리며 나타난다. 이정재는 “장례식장에서는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을 텐데 레이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 봤다”며 “대신 형이 죽었는데 편하게 잠을 자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 촬영 전날부터 물도 안 먹고 얼굴에 피곤함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들어오면서 천연덕스럽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빨아먹는 모습 역시 이정재의 아이디어였다. 이정재는 “촬영을 위해 일본에 도착한 첫날 연출부에 특정한 스타일의 용기와 빨대, 안에 들어있는 얼음까지 요청을 했다”며 “어떤 행동보다도, 사람을 죽이러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모습이 더 잔인해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이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이정재는 이번 영화에 개인 스타일리스트도 참여시켰다. 이정재는 “사실 의상이나 분장 등 외형적인 면에 내 생각을 이야기하다보면 캐릭터가 변모할 수 없기에 100% 영화 스태프에게 맡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협업을 하게 됐다”며 “많은 부분에서 의상, 액세서리, 소도구 등을 찾아야 해서 우리 스타일리스트가 도움을 드리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영화 의상 스태프가 흔쾌히 동의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연기 인생 28년째 ‘몸의 변화’ 실감
감독·주연 맡은 차기작 연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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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를 했으니 어느새 이정재의 연기인생은 2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연기는 갈수록 무르익는 데 반해 이를 뒷받침할 몸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시기다. 이정재는 “이제 힘으로 액션을 밀어붙일 수 있을 때는 지났고, 조금 더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나이가 됐다”며 “이번에는 연습을 더 천천히 했고, 오른손과 왼손이 나갈 때 스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신경을 더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어 “무술팀과 상의하면서 ‘솔직히 이 동작은 이제 안된다’고 이야기해 바꾸기도 했다”며 “레이라는 캐릭터가 최대한 파워풀하게 보일 수 있도록 스태프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정재의 다음 도전은 연출이다. <헌트>(가제)의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아 캐스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정재는 “8~9년 전부터 여러 아이디어도 내고, 시나리오 개발과정에도 참여하면서 준비를 해왔는데, 이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수정이 되어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며 “아직 연출에 대한 말씀을 미리 드리기는 그렇고,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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