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2억 뛴 전셋값 - 13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에서 한 남성이 외벽에 붙어 있는 전세 시세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면서 지난 6·17 대책에서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음에도 한 달 새 전세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1억∼2억원가량 껑충 뛰었다. 갭투자가 막히자 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번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세입자에게 세금 전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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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세입자 거주를 4년간 보장하고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이번 주 국회 통과가 유력한 전월세신고제까지 포함한 ‘임대차 3법’이 4년 뒤 임대료 폭등, 전세제도 소멸 등 엄청난 후폭풍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이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고, 집주인 권리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무조건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가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주고 확실한 공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전문가들도 임대차 3법으로 전세 물량이 축소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일 “지금 전세가 오르는 건 내년 공급 물량 부족과 집값의 가파른 상승, 보유세 강화에 따른 세입자 비용 전가 때문이며 더욱이 임대차 3법이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 시장의 혼란이 크다”면서 “다만 집주인도 전세금 반환 자금이 없기 때문에 증가분에 대해서만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 형태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가 사라지는 게 꼭 나쁜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고준석(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가 사라지는 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는 격”이라며 “월세 사는 사람보다는 전세 사는 사람의 내 집 마련 속도가 빠르고, 전세는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였다”고 짚었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도 “우리나라 전세는 세입자 측면에서 상당히 괜찮은 제도다. 과거 고금리 시절에 비해 저금리인 지금은 세입자 부담이 더 줄었다”며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가 사라지는 건 무조건 손해”라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세입자들에겐 전세가 더 유리해 보이지만 사라지는 게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진 않는다”며 “‘갭투자’가 사라져 집값이 지금보다 안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 많아지기 위해선 다주택자와 갭투자가 늘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라며 “이처럼 전세가 가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상충되는 만큼 공공이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와 유사한 개념의 주택을 중산층에게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임대차 3법은 집값이 상승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전세 가격 오르는 것만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대책”이라며 “전세 가격도 일시적으로는 제한되더라도 4년 뒤 큰 폭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 억제를 통해 가격을 잡는 정책만 쓰는데, 참여정부 시절에 이어 반복되는 실수”라고 꼬집었다.
임대차 3법을 찬찬히 뜯어보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일각에서 침소봉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재만 교수는 “‘2+2년’이면 계약을 한 번 연장해 주는 건데, 지금도 사실 한 차례 연장은 많다. 전세로 사는 사람은 2년마다 계약을 끝내고 이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의 혼란을 최소화할 대책으론 공급 물량 확대가 가장 많이 꼽혔다. 박합수 위원은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 확충,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도심 공급 확대, 3기 신도시와 같은 택지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며 “동시다발적인 공급 확대 시그널로 시장 불안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서울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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