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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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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죽쒀서 MS 줄 판…트럼프 칼날에 속타는 CEO 장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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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를 창업자한 장이밍 CEO와 틱톡 로고. 지금은 이렇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트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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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의 아버지’ 장이밍(張一鳴)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CEO)는 피 말리는 주말을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틱톡에 본격 칼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틱톡 (제재를 위한) 두어개 옵션이 있다”고 말한 뒤 유유히 골프를 치러갔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옵션은 미국의 틱톡 오퍼레이션에서 바이트댄스를 제외시키고 미국 기업화하는 것이다. 죽 쒀서 미국 기업에 넘기는 셈이다.

장 CEO와 바이트댄스는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살리기 위해 백악관 설득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공세와 미국 정부의 압박 속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말이 끝난 2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다”며 틱톡 인수 협상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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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에 선전포고를 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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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게 틱톡은 여러모로 악몽의 대상이다. 지난달 자신의 선거 유세장이 틱톡 유저들 때문에 텅 빈 적이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 개인의 한 풀이를 위해 미국이 칼을 빼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이 안보 위협을 거론하는 이유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틱톡 앱을 다운받은 약 1억3000만명의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미국 당국은 우려한다. 중국 기업은 자국 법에 따라 당국이 요구할 경우 관련 정보를 정부에 넘길 의무가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10월 여야 공동 명의로 국가정보국장(DNI)에게 서한을 보내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서한엔 “중국엔 독립적인 사법부가 없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개인 정보를 요청할 경우 그것이 정당한지 검토할 수 없다”거나 “특정 콘텐트에 대해 (중국 정부가) 검열 또는 조작을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입을 모아 틱톡 퇴출을 외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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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앱 다운로드 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센서타워·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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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미국 정부·의회의 삼각 편대가 틱톡의 등을 떠미는 상황 속에, 협상 테이블에 앉는 MS는 정부의 의중에 발을 맞춰가는 듯한 모양새다.

MS는 “틱톡 인수에 있어 미국 재무부 등 정부의 안보 관련 심사를 완전히 받을 것이며, 미국에 제대로 된 경제 이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입장문도 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인수 협상과 관련한 타임라인(시간표)도 나왔다. 앞으로 45일 안으로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시한을 제시했다. MS도 화답했다. MS는 “(45일 후인) 9월15일 이전에 바이트댄스와 협상을 진행해 (인수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부지리 MS…재주는 틱톡이 넘고, 돈은 MS가



MS는 이번 거래로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의 틱톡 관련 사업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틱톡 가입자는 미국에서만 1억3000만명이 넘는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 틱톡이었다. 15초짜리 가벼운 동영상 공유 앱은 밀레니얼 세대와 젠Z(GenZㆍ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린다. MS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이다.

FT는 “이번 딜을 두고 바이트댄스 내에선 ‘틱톡을 싼값으로 미국에 넘기도록 하려는 처사’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과격한 입장을 대외에 표명할 때 활용하는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의 틱톡 관련 조치는 사냥”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에 진출한 타국 기업에 대해 중국 당국이 취했던 조치와 이번 사태가 닮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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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나델라 사티아 CEO. 웃고 싶지만 맘 놓고 웃을 수는 없는 상황.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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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건 틱톡이다.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속에 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 원치 않는 퇴장을 하게 됐다. 앞서 최대 시장인 인도에서도 입지를 잃었다.

중국과 인도 국경에서 유혈 갈등이 벌어진 뒤, 지난달 인도 내 반중 정서가 폭발하면서 불똥은 틱톡으로 튀었다. 인도 정부가 나서기도 전 인도 시민들이 ‘틱톡을 퇴출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그 전까지 인도의 틱톡 가입자는 5억으로, 세계 최대 규모였다.



속타는 중국 토종 CEO 장위밍



틱톡 창립자인 장 CEO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 블룸버그 단말기에 소개된 그의 경영 철학 중 하나는 “능력만 있다면 얼마를 부르건 스카우트를 해온다”는 것. 그가 올해 초,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전문가였던 케빈 메이어 전 CEO를 고연봉으로 틱톡의 공동 CEO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눈에 들기 위해 ‘중국 물빼기’ 작업을 위해 값비싼 카드를 쓴 것이다. 그러나 메이어 CEO로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 국장은 지난달 메이어에 대해 “중국에 이용당하는 미국인 꼭두각시”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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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메이어 전 디즈니 CEO. 틱톡에 스카웃되면서 백악관은 그를 "꼭두각시"라 폄하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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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CEO는 순수 토종 중국인이다. 1982년생인 그는 중국 톈진(天津)의 공학 명문 난카이(南開)대를 졸업했다. 전공은 소프트웨어공학. 졸업 후인 2012년, 바이트댄스를 창업했고 틱톡(중국명 더우인)을 성공시켰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흔한 미국 유학이란 이력 없이 자수성가한 타입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장이밍의 현재 순 자산은 지난달 31일 현재 162억달러(약 19조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장이밍은 세계에선 128위, 중국 내에선 26위 부자다. 그러나 이 순위도 틱톡 인수 협상 뒤엔 바뀔 공산이 크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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