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전화항의 6일만에 성추행 의혹 외교관에 귀국 지시
“범죄인 인도요청 오면 협조할 것”
‘외교망신 후 뒷북대응’ 비판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날짜로 A 씨에 대해 즉각 귀임 발령을 내고 최단시간에 귀국하도록 조치했다. 여러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인사 조치 차원”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에서 총영사로 재임하고 있는 A 씨는 귀국 후 14일간 자가 격리를 한 뒤 외교부에 입장을 소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뉴질랜드가 공식적으로 A 씨에 대한 형사사법 공조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오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면책권’ 논란을 불식하고 향후 A 씨를 뉴질랜드에 인도해야 할 상황이 오면 하겠다는 뜻이다. 뉴질랜드는 한국대사관 측에 자국 내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 협조 요청은 했으나 아직 한국에 공식적으로 형사사법 공조 협조 요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이 대사관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요구한 데 대해 A 씨 외에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과 공관원들에 대한 면책권은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이들의 참고인 조사를 허용하는 대신 의견서 등을 뉴질랜드 당국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정상 통화에서 성추행 문제 해결을 요구받는 ‘외교 망신’을 당했는데도 A 씨의 구체적인 징계 사유조차 밝히지 않던 외교부는 이날 돌연 기자들에게 설명을 자처했다. 국내외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1일 A 씨를 성추행·명예훼손·품위유지의무 위반 등 혐의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자 더 이상 조치를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7년 12월 처음으로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당시 대사관은 A 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했다. 이후 A 씨는 2018년 2월 임기 만료로 뉴질랜드를 떠나 아시아 국가 총영사로 부임했다. A 씨가 이임할 때 피해자의 추가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현지 감사 때 피해자가 기존에 진술하지 않은 새로운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에 따라 A 씨에게 2019년 2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외교부는 이후 피해자의 요청으로 올해 초부터 4개월 동안 합의를 중재했지만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외교부 청사에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대사를 만나 A 씨의 귀임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 간 통화 도중 갑자기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후 부총리 등 고위 당국자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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