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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소 잃고서야… 예탁원, 사모펀드 자산 검증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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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까지 시스템 구축

옵티머스가 제출한 허위 서류, 예탁원 못 걸러내 비판 일어

예탁원 “검증 의무 없다” 해명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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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결제원이 사모펀드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허점이 드러난 사모펀드 자산 확인 절차를 보완하기 위한 온라인 점검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옵티머스가 허위로 제출한 등록 자산 변경 서류를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 뒤에 나온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3일 ‘펀드넷’을 통해 사모펀드 제도 개선 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펀드넷은 자산운용사 수탁회사 판매사 일반사무관리회사 등이 펀드의 자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온라인 점검 시스템이다. 예탁원은 이번에 이 시스템의 관리 대상을 공모펀드에서 사모펀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투자업계는 예탁원의 이번 시스템 구축이 옵티머스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예탁원이 옵티머스가 허위로 제출한 등록 자산 변경 서류를 검증 없이 그대로 처리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는 지난해 12월 19일 비상장 기업 사채에 펀드자금을 투자해 놓고 예탁원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한 것처럼 펀드 자산 명세서를 등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옵티머스와 ‘일반사무관리업무’ 위탁 계약을 하고 있던 예탁원은 옵티머스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선 예탁원이 수탁회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실제 편입자산 명세를 한 번이라도 확인했다면 옵티머스의 사기 행각을 사전에 적발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은 “예탁결제원이 운용사에서 주는 대로 계산만 대행한다면 (기관을) 없애야 한다. 수수료를 받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번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예탁원의 책임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그동안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진위를)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었다”라고 했다.

예탁원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옵티머스와 맺은 위임 계약상 펀드 자산의 검증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 옵티머스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는 단순 회계 처리와 펀드 재산의 기준가격 산정 업무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옵티머스 운용 책임자가 ‘투자 대상인 사모사채가 공공기관 매출 채권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공공기관 매출 채권으로 펀드 종목명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해 믿고 등록을 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공공기관인 예탁원이 검증 없이 운용사 요청을 그대로 수행하는 일반사무관리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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