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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만났습니다]①"유치원만 있다고 애 낳나…정책·현장 가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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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인터뷰

정부와 국민·기업 사이 가교 역할 하며 소통 창구

엄마들 "유치원 중요하나 키즈카페 등 인프라도 필요"

"청년들, 미래에 대한 불안함 커…기성세대 잣대 한계"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아이를 낳기 위해 준비하는 예비 부모들, 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몰랐던 걸 알게 됩니다. 유치원도 중요하지만 산후조리원부터 키즈카페,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거든요. 그런 현장의 목소리를 빠르고 생생하게 정부에 전달하려 합니다.”

이데일리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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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3일 이데일리와 만나 심화하는 저출산시대에 협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장 목소리를 제때, 제대로 듣지 못하면 시의적절한 정책도 나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김 회장마저도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다. 그는 “사실 예전엔 성평등이 인구문제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여성은 일도 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결혼이나 출산에 더 관심이 적어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지금은 인구 문제 해결 방안에 일, 가정 양립과 함께하는 육아 등 기본적으로 성평등 개념이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출산율은 이미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

△인구 문제라는 게 워낙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미친다. 청년들의 경우 자기 앞날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코로나19가 이 같은 문제를 가중하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19가 인구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구 문제 해결의 열쇠는 사실 젊은 세대가 쥐고 있어 기성 세대 입장에서는 책임을 자꾸 청년 세대에 돌리게 되는 면도 있는데.

△협회에서는 친밀하게 대학생부터 부모들을 만나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연구한다. 젊은 청년들은 대부분 사회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있다.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부터 이해하고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이들의 불안함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인구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엄마인 여성이 직장을 다니면서 받는 불이익이 걱정인데 출산장려금만 준다고 해서 누가 아이를 낳겠는가.

-정부 정책마저도 저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렇다면 민간인 협회 영향력은 더 적지 않겠는가.

△인구 문제는 정부나 민간, 기업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협회는 정부와 기업, 국민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소통 창구가 되는 것이다. 협회는 현재 17개 시도별로 종교계와 언론, 경제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를 꾸리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서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는 아이를 키우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을 열심히 만드는데, 현장에 나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갈 키즈카페가 부족하다거나 아이를 낳으려 준비하는데 주변에 산후조리원이 없어 걱정이라거나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나온다. 이런 현장의 다양한 상황이나 경험을 파악하는 게 정부가 갖지 못하는 협회만의 장점이라고 본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저출산 정책을 펼쳐도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을 보면 결국 정책은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오는데.

△프랑스 등 일부 국가를 보면 출산율이 회복된 국가들이 있다. 해당 국가에 어떻게 출산율을 회복할 수 있었느냐, 어떤 정책이 효과적이었느냐 물어보면 막상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도 수많은 정책을 진행했지만, 어떤 정책이 효과적이었는지 핀셋으로 하나를 콕 집어낼 수가 없다는 얘기다. 수많은 정책이 시간이 지나면서 삶과 생활, 그리고 의식 속에 스며들고 사람들의 인식과 마음이 변화하면서 저출산이 해결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다 보면 지금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풀고, 가족에 대한 가치가 재정립되며 인구 문제가 해결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으니 인구 문제를 책임질 부처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한 것은 한 부처가 전담해서 일을 처리할 때 효과적인 상황일 때다. 인구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이 때문에 각 부처가 모두 이 일에 연관돼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관계부처 차관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4차 저출산고령사회 종합계획이 발표되면 실천과제를 각 부처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상징성도 있고 실효성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협회가 펼쳐온 사업 중 가장 성과를 낸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하철을 타 본 분이라면 아실 거다. 임산부 배려석 양보 등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협회가 진행하고 있다. 아이 사랑 사이트에 들어가면 임신, 출산, 육아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출산과 육아가 여성들에게는 두려움일 수 있는데 그것을 협회가 최대한 도우려고 한다. 또 엄마와 아이가 건강관리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센터를 찾고 있다. 그만큼 엄마들이 주변의 도움 또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협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협회는 각 지역에 지회를 두고 있다 보니 지방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텐데 지방의 요구는 어떤가.

△지방에서는 아무래도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이유가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은 주거 비용은 비싸지 않으니 안정적인 일자리만 있다면 주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또 지방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임신, 출산 인프라가 약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출산친화평가와 같은 것을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현재 지방에서는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지급하는데, 그것보다 아이 키우기에 적합한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를 위한 도서관부터 병원 이런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1950년 전라북도 정읍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사 △미국 버클리대 사회복지학 석사 △연세대학교 보건학 박사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 △대통령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비서관 △여성가족부 차관 △전주대학교 기초의학과 교수 및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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