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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현장에서] 무주택자 두 번 울린 윤준병의 '월세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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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건가” “누구나 월세로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 “저도 월세 산다. (정읍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또 부동산 민심 악화를 부채질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야당이 전세의 월세 전환을 비판하자 “매우 정상”이라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3일엔 ‘전세는 선, 월세는 악’이라는 표현을 경계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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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세입자들은 월세를 선호하지 않는다. 비싸기 때문이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4%의 법정 이율을 적용한다. 현장에서는 이것이 5%, 6%에 달할 때도 있다. 반면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는 연 2%대다. 서민에게는 1%대의 저리 전세대출도 지원된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월세가 비싸다. 서울 전세 중위값은 4억9900만원이다. 이를 보증금 2억원의 월세로 전환하면 월 100만원을 집주인에게 내야 한다.

전세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는 기능을 해왔다. 월세를 살며 목돈을 마련하면 전세를 살다가, 돈을 차곡차곡 저축해 매매를 하는 것이 서민들의 내집 마련 단계였다. 국민들은 전세가 사라지면 다달이 월세를 지출하느라 목돈을 모으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전세가 없어진다는 것은 내집 마련까지 가는 중간 단계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 의원 발언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윤 의원이 더 얄미운 이유는 또 있다. 집값이 치솟자 문재인 정부는 매매보다 전세살이를 권하는 측면이 있었다. 주택담보대출은 40%까지 제한했지만, 전세대출은 지금도 80%(최대 5억원)까지 해준다.

‘전세는 선, 월세는 악’이라고 인식한 주체도 다름아닌 정부·여당이었다. 민주당이 주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주택 임대료가 상승함에 따라 임차가구의 주거 불안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쓰여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6월 ‘주거실태조사’에서 월세에서 전세 이동을 ‘주거 상향 이동’이라고 표현했다. 국민 눈에는 윤 의원의 ‘월세 찬양’이 정부가 다주택자를 때려잡다 그 부작용으로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갑자기 태세를 전환하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윤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고 매우 정상”이라고 했다. 전세가 세계적으로 드문 독특한 제도인 만큼, 장기적으로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정에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이 국민들의 주거를 담당하고 있는 전세가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게다가 윤 의원은 “전세제도가 소멸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의 의식 수준은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세 세입자의 상당수는 무주택자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하는 집값을 보며 집을 사지 못해 가슴을 친 사람들을 두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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