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주택가격 0.61% 오르며 ‘고공행진’
서울 1.12% 올들어 최고… 경기 1.3%↑
세종시 6.53% 폭등… 상승률 역대 최고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연합뉴스 |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국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최대 폭으로 상승했고, 세종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6·17 대책 이후에도 시장에서는 ‘더 기다리면 늦는다’는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 이어진 셈이다.
3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한 7월 전국 주택가격은 0.61%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0.89%, 연립주택 0.13%, 단독주택 0.21% 등으로 조사됐고, 수도권이나 광역시, 지방 모두 전달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한국감정원은 이번 조사가 6월16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의 시세변동이어서 7·10 대책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발표한 6·17 대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까지 부정하기는 어렵게 됐다. 규제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담보대출 등을 강화하는 6·17 대책 발표 직후 되레 규제 적용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1.12% 올라 지난해 12월(1.24%)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1.22%), 도봉구(0.89%), 강북구(0.80%)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과 동대문구(0.86%), 구로구(0.84%) 등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년 전 4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노원구 상계주공 1단지 59㎡는 지난달 말 6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 5억4500만원이었던 도봉구 창동 쌍용아파트 59.9㎡의 경우 지난달 6억4000만원에 팔렸다. 송파구(0.91%), 서초구(0.71%), 강남구(0.70%), 강동구(0.84%) 등 강남 4구도 상승폭이 컸다. 잠실 스포츠·MICE 및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기대감이 있는 송파구와 강남구는 잠실·대치·청담·삼성동 등 4개 동이 6월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직전에 거래가 늘었고 가격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광역급행철도(GTX)·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와 정비사업·역세권 개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지면서 한 달 새 아파트값이 1.30% 뛰었다. 6·17 대책으로 대부분 규제 지역으로 묶이게 된 인천은 0.64% 오르며 전월(1.11%)보다는 상승세가 꺾였다.
수도권 밖에서는 세종시 아파트가 6.53%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이 세종시를 통계에 넣어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12월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지난 5월 0.33% 상승했다가 6월에는 2.55% 오른 데 이어 7월에는 6.53%로 급등했다. 올해 1월부터 누적 상승률이 22.82%에 달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의 강도가 점점 세지니까 수요자 입장에서는 그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아직 집을 갖지 못해 불안해진 30∼40대가 집을 사려고 뛰어드는 매수세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서울에 사는 가구가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2년 넘게 걸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이날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의 연간 가구평균소득 대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는 12.13으로 추산됐다. 서울 시민의 평균 가구소득으로 서울의 평균가에 해당하는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2.13년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PIR는 2017년 10.16에서 2018년 10.88, 지난해 12.13으로 꾸준히 상승세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부동산 시장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용산,마포지역 아파트 단지. 이제원 기자 |
◆수도권에 최대 15만채 주택 추가 공급… 재건축 용적률 400%→500% 상향 검토
정부가 4일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회를 가진 뒤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8·4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주 내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대책으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지역 유휴부지 활용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2일 저녁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비공개로 열려 서울 등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높여 최대 15만채 정도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역세권을 포함한 서울시 준주거지역의 재건축 용적률을 기존 400%에서 500%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법적 최대치인 220%까지 끌어 올리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3기 신도시 용적률은 160~200%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해 “용적률 상향도 핵심 문제 중 하나인데 아직 최종 협의 중이기 때문에 끝나봐야 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대상이나 부지 문제, 용적률 등 미세적으로 조정할 것들이 있다”고 전했다.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당정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뿐 아니라 수도권 군 유휴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골프장 주변 지역구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서울에 이만한 땅이 없다”는 논리로 설득하고 있다. 교통혼잡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까지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을 지역구의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그 지역 교통이 혼잡하고 녹지가 부족해 택지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을 전달했다”면서도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 그런저런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정에 따르면 이번 추가 공급대책에 따른 전체 공급물량이 약 15만가구로 예상된다. 전체 공급 물량의 10%가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이 중 35% 이상을 임대아파트로 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책에는 신혼부부와 청년 세대를 위한 특별 공급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투기이익 환수·다주택자 세금부담 강화·무주택자와 1주택자 보호’ 3원칙은 어떤 저항에도 흔들리지 않고 추진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재단축 단지에 현금이나 주택을 기부채납으로 받는 방안 등이 이번 대책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준·최형창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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