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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답 모를 땐 기본 경제 원리로 돌아가야…재개발·재건축 안 풀면 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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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지상대담> 전문가가 진단한 혼돈의 부동산 시장

부동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한 ‘조세저항운동’이 주말마다 열리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효과 없는 부동산 정책과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문구가 순위권에 오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부동산을 잡기는커녕 부동산이 정부를 잡을 기세다. 정부는 공급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지만, 수요자의 기대치를 채울진 의문이다. 전세금 폭등과 월세 전환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쏟아지는 ‘임대차 3법’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주택 시장이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불확실성만 점점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호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부동산 대책의 파장을 직접 경험하는 수요자와 전문가들의 얘기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를 다뤘다. [편집자 주]

조선비즈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전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 외 저서 다수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부동산을 잡겠다"는 말을 했다. 이런 발언을 할 때마다 붙는 전제는 "강력한 정책을 통해서"였다. 올해도 정부는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강력한 규제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부동산 세금 ‘폭탄’과 이랬다저랬다 바뀌는 정책에 주택 보유자는 거리로 나왔고,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집값과 날로 치열해지는 청약 경쟁률에 3040세대는 "이번 생애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며 정권에 등을 돌렸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듯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부동산 시장 혼돈이 여기서 그칠 분위기도 아니다. 시중엔 유동성이 꿈틀거리고, 수요자는 부동산을 안전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주택 시장에 조금이라도 불온한 기운이 감지되면 언제라도 규제를 쏟아부을 기세다. 전문가마다 더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주택 시장을 잡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절대 과반인 176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취득세율 인상안 같은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어떤 ‘묘수’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현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까. 국내 부동산학의 ‘산실’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고성수 원장과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수요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김학렬(필명 빠숑)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을 인터뷰해 지상 대담 방식으로 정리했다.

정부가 발표한 22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고성수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으로 수요 억제, 중·장기적으로 공급 확대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컨대 단기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면 중·장기적으로 공급은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필요한데, 서로 균형이 맞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공급 대안이 있긴 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것인지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수요자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중·장기 정책이 없는 데다 반복적으로 유사한 정책을 구사하다 보니 국민은 정책 효과를 불신했다.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정의가 다른 상황에서 강남 같은 특정 지역의 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도 패착이다."

김학렬 "분양 아파트 수요를 조사하면 투자 수요보다 실수요가 훨씬 많다. 실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90% 가까이 될 정도다. 기본적으로 주택 시장의 중심은 실수요자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책도 이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하지만 투기 수요를 막는 정책을 펴다 보니 정책 효과가 떨어졌다. 오히려 다주택자를 규제할수록 실수요 시장은 위축됐다. 이번 정부는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주택 공급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3년 내내 ‘현시점에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주택 공급은 앞으로 계속 줄어든다. 올해를 고점으로 내년은 올해의 절반, 2022년은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가만히 있어도 수급 불균형에 가격이 오르던 서울 부동산이 더 오르게 됐다."

조선비즈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 미국 코넬대 경영학 석·박사, 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김흥구 객원기자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 주택 수급은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고성수 "여기저기 긁어모아 수만 가구를 늘린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생각이 든다. 공급 정책을 쓸 수 있는 땅이 부족하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렇다면 국민 정서에 들어맞는, 예컨대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정도는 고민해 볼 만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도 국민이 보기에 충분한 공급이 아닐 수 있다. 결국 서울 시내의 주택 공급을 늘릴 방법은 재개발·재건축밖에 없다. 이번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급 정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도시 재생과 수급 불균형을 없애는 측면에서도 진행돼야 한다. 마침 공급 문제를 문 대통령이 얘기한 것도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중·장기적인 공급 계획이다.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서 정부도 한 번에 다 내놓진 않을 것이다. 정책은 ‘미세 튜닝’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만 있어도 수급 불균형 문제는 완화할 것이며, 기대감만으로 집값은 내려갈 수 있다."

김학렬 "서울 도심의 유휴지를 모두 합하면 1만5000가구인데, 아직 하나도 분양이 안 됐다. 이 부지를 폐쇄할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지를 정해야 하는데, 이전 부지도 확정이 안 됐다. 가령 서울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은 얘기가 나온 지 10년이 됐는데,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공급에 대한 사인이 필요하면, 변명처럼 내놓는 카드가 유휴지 공급이란 얘기다. 정부는 주머니에 있는 카드를 다 썼다. 서울 유휴지로 필요한 공급을 다 채울 수 없다. 결국 필요한 정책은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이 아니라 ‘새 아파트’다."

정부가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주택 시장 전망은.

고성수 "공급이 적절히 나올 때까지 매매 시장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임대 시장은 서서히 가격이 오를 것이다. 모든 나라가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면 자산 가치가 상승한다는 기대감을 가진다. 지금은 유동성에 의해 시장이 움직인다. 미국의 경우 경기가 부진하고 기업 사정은 어려운데, 주식시장은 날뛰고 있다. 국민이 투자하는 자산 중 가장 규모가 큰 부동산이 규제 몇 가지로 억제되긴 쉽지 않다. 게다가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도 낮다. 정책이 유효하게 시장에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는 상황이다."

김학렬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서 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전세금이 오르고 내년에는 폭등할 것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전세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본다. 매매가가 30억원에 육박하는 압구정 ‘현대 아파트’ 전세금이 8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론 서울에서 이 돈 가지고 비슷한 입지의 집은 못 구한다고 본다. 임대차 3법은 어떻게 보면 낡은 아파트라도 기꺼이 거주하려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고성수 "답을 모를 때 가장 쉽게 가는 건 기본 경제 원리, 즉 원론을 좇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엇이 부족했나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 역할은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 때문에 배가 아픈 국민을 시원하게 해주는 게 아니다. 그런 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시장 원리가 돌아갈 수 있도록 ‘게임의 룰’을 관장하면 되고, 소외된 서민이나 보호해야 할 사람에 대해 더 신경 쓰는 게 맞는다고 본다."

김학렬 "지방은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서울을 비롯한 실수요 지역은 신도시를 만들고,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수십만 가구를 공급해야 한다. 강남과 판교, 광교, 동탄으로 이어지는 일자리 지역 중심으로 공급을 쏟아내야 한다. 중산층 이하는 대출을 허락해줘야 한다. 대출을 막는 건 실수요 억제 정책이라고 본다. 다주택자는 안 해주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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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혁 이코노미조선 기자(kinoeye@chosunbiz.com);최상현 이코노미조선 기자(hy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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