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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美 연은 총재들 “경제 회복세 둔화… 코로나19 예상보다 끈질겨” 입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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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곧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3일 세인트루이스 연은 행사 중 온라인 연설을 갖고 "미국 경제 회복세가 5월과 6월 놀라운 상승세를 보인 후 7월 들어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경기 회복 곡선 궤적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 활동 저점은 지난 4월에 이미 발생했다"면서도 "7월부터 시작한 성장세 둔화는 앞으로 회복 속도가 때에 따라 기복을 보일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적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점에서 미국 경제는 대부분 V자형으로 반등했다. 경제적 충격이 일어나고 곧바로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때와 1968년 홍콩 독감 때,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모두 V자형 경기회복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V자'나 'U자' 반등은 이미 어려워졌고, ‘살 기업은 살아남고, 약한 기업은 도태되는’ 적자생존이 자리를 잡았다.

불러드 총재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예상보다 더 끈질긴 것으로 판명됐다"며 "쉽게 바이러스에 승리를 선언하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미국 뉴올리언스의 중심가 부르봉 스트리트가 행인 한명 없이 텅 비어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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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불러드 총재는 "미국 실업률이 곧 8%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평소보다 유난히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역시 이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경제 회복 모멘텀(원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킨 총재는 이날 열린 한 행사에서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가 품은 자신감에 역풍이 불고 있다"며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미국 경제가 나아갈 길은 바이러스가 잡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6개월간 미국에선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경기는 급락했다. 4월 뉴욕중앙은행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가 처음 퍼지기 시작한 3~4월 고작 두달간 뉴욕주 중소기업 17%가 수입부족으로 폐업 신청을 했다.

유서 깊은 중견기업과 대형소매업체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의류업체인 브룩스 브라더스와 중저가 의류브랜드 제이크루(J. Crew), 백화점 체인 제이시 페니, 고급 백화점 네이먼 마커스 등이 파산 보호 신청을 팬데믹 기간에 제출했다. 바킨 총재가 연설한 이날도 미국서 가장 오래된 200년 전통의 백화점 체인 로드앤 테일러가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냈다.

한편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바이러스보다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카플란 총재는 이날 "올해 말 기준 미국 실업률은 9~1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내놓았던 전망치 8%보다 1% 높아진 수치다. 가계가 추가 지출 여력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따른 것.

그는 이어 "미국 연방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추가 실업 수당은 소비자 지출을 늘려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연방정부 추가 실업 수당은 어떤 형태로든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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