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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전문기자 칼럼]대한민국 군납이 '폭망'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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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이 생각하는 군납품에 대한 생각은 '폭망(폭삭 망함)'이다. 세계10대 경제대국과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국방비 증액이 무색해진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첨단 무기체계에 비해, 장병 개인의 안전과 병영생활에 직결된 군납품(전력지원물자)은 관심을 받지 못하다보니 군납비리라는 세균이 더 잘 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쓰고 있는데도 군납품이 폭망인 이유는 크게 '전문성 부족', '까다로운 규제와 절차', '최저입찰' 등이다.

전문성부터 따져보자 군납사업을 담당하는 군인들은 1~2년이라는 짧은 보직 기간 동안 담당사업의 진행을 마쳐야 한다. 특히 육군의 경우 지휘관 등 필수 보직 등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실무자로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보직관리가 힘든 편이다. 이들이 최적의 군납품의 소요와 구매요구도를 작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여기에 결국 날파리가 괴게 되는 것이다.

현행 방위사업법과 조달시스템은 특정업체의 독과점과 군과의 유착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보니, 누구나 조달업체 등록만 갖추고 있으면 군납품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일례를 들어보자 모 특수부대에 납품된 하이컷 헬멧은 여성대표 1인의 디자인업체였고, 상표까지 고대로 베낀게 들키자 상표만 바꿔 납품한 '가짜 특수작전용 칼'은 에스테틱 업체가 납품했다.

특전사 3형 방탄복은 핸드폰케이스 등을 판매하는 통신업체가, 충북의 향토사단 예비군 저격수 조준경은 지역 문구점이, 모 부대의 대물저격총은 컴퓨터 부품업체가 납품했다. 설령 적격업체 등에 제한을 둔다하더라도 전문성이 높은 우수기업들은 군납품 사업에 뛰어들기 힘들다. 전문성 보다 편법과 요령을 연구한 업체나 관련 브로커들이 군납품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두번째는 미친듯이 까다로운 규제와 절차다. 최근에 한 군납품 업체는 납품을 포기했다. 문제는 2년 간의 품질 보증 여부였다. 업체는 '라이프타임 워런티(수명주기 보증)'라고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 뒀다.그런데 사업관계자는 홈페이지는 공신력이 없으니 별도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다. 제품의 무게가 당국의 요구 범위에 들어왔음에도 당국은 공인된 인증기관에 시험요구서를 요구한다. 결국 업체는 무게에 대한 공증을 받기위해 해외 기관에 1000불을 지급한다.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사실 정부 등이 인정한 공인 인증기관이 매우 드물다. 대신 군에서 정한 밀스팩을 측정할 수 있는 사설인증기관에 제품 성능평가를 해준다.

이 밖에도 원제조사가 비밀로하는 성분 분석과 같은 성적서를 요구한다 던가, 제품의 실전사용 사례가 알려졌음에도 실전사용을 입증하는 공식서류의 제출(스파이 행위에 해당) 등 황당요구가 종종 발생한다

마지막은 '최저입찰제'다. 무조건 싸고봐야한다는 군납품 사업의 고질병은 '짝퉁'을 양산한다. 야전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외견이 비숫하고 싼 '짝퉁'들이 납품되는 것인데 사실 품질과 성능 등을 파고들어가면 싸게 구입한게 아니라 오히려 바가지인 경우가 허다하다. 낡은제도는 근본부터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보직관리를 위해 납품과정의 결함이나 비리를 덮으려 하는 군의 생리를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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