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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與 소속 의원·시장은 반대, 서울시는 50층 제동… 8·4대책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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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발표된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에 추가로 13만여 가구를 공급하는 핵심 방안으로 재건축 활성화에 기대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사업’을 내놓자, 서울시가 "35층 이상은 어렵다"면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허가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협의와 공감대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밀어부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비즈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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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재건축 사업안을 제시하면서, 용적률과 층수 제한 등 규제를 완화해 가구 수를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상향된 용적률의 50~70%에 해당하는 주택 물량을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공공재건축을 택할 경우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종 상향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용적률 500%는 준주거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최고 용적률이다.

이 같은 고밀도 재건축 사업으로 기부채납된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공공임대로, 나머지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전까지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억제했지만, 앞으로는 재건축된 물량을 상당 부분 공공주택으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서울시가 고밀도 재건축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쪽의 입장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진행한 별도 브리핑에서 "공공재건축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느냐라는 실무적인 퀘스천(의문)이 있다"면서 "애초에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35층까지 지을 수 있고, 준주거지역에 해당할 경우 비주거를 포함한 복합 건축물의 경우에만 중심지 위계에 따라 40층 이상을 지을 수 있다"면서 재건축 사업지의 종 상향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용도지역에 따른 용적률은 규정돼 있지만, 층수 제한과 관련한 규제는 별도로 없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을 통해 주택 층수를 최고 35층으로 묶었다. 서울시로서는 이 같은 제한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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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왼쪽 너머로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보인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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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밀도 공공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예정 단지 등을 50층으로 지어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지자체의 승인이 핵심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공공재건축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를 추진할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한발 뺀 모습이다. 김성보 주택건축본부장은 설명자료를 통해 "공공재건축 사업은 정부와 서울시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업"이라면서 "서울시가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충분한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민간재건축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대책에 포함된 각 지역에서도 반대 의견이 잇따른 상황이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과천청사 이전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발전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포구청장도 저도 아무것도 모른 채 (주택 공급이) 발표되었다. 지금 상암동 주민들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대책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정책 전문가는 주택 공급 정책을 둔 정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에 대해 "주택시장의 불확실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면서 "정책 내용이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르면 안 그래도 주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일반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높이면서 공공성을 강화하려고 한 것인데 정부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으로 바꿔버렸으니 서울시도 반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서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과 협의 없이 일방통행하기 때문에 불거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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